사라져 가는 풍경들
이용한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KakaoTalk_20210103_205643333.jpg

에세이 <사라져 가는 풍경들>은 고양이 작가 이용한이 15년 동안 발로 찾아낸 옛 풍경들에 대한 기록집이다.

마을 기록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더욱 끌렸던 책이다.

내가 마을을 기록하는 이유는, 사라짐 혹은 변해가는 과정이 자료화되지 않아 안타까웠던 경우가 많아서다. 

특히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그렇다. 구전으로 내려오다가 어느 순간 끊겨버리기 마련이다.

마을의 풍경도 그렇지만.

종종 시골에 남겨진 빈 집들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면 남기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


<사라져 가는 풍경들>의 저자 이용한은 "내가 목도한 숱한 풍경이 시간의 무덤에 묻히기 전에 이렇게 기억의 창고에 하나씩 저장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옛날 것에 대해 내가 지켜갈 것도 아니면서 누군가가 지켜주기를 바라는 건 허망한 희망이지만, 나도 지키지 못할 것을 누군가에게 지키라고 말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일이다.

KakaoTalk_20210103_205643333_01.jpg

"늘 그랬듯 우리는 시간 앞에서 슬퍼할 겨를이 없다."

시간은 붙잡아둘 수도 없고, 변화를 막을 수도 없다. 다만, 안타까운 마음까지는 어찌하지 못하겠다.

나도 그런 마음으로 마을을 기록하고 있다. 

전통 방식이 지금 보면 참 불편하고 손이 많이 간다고 생각될 수 있다. 충분히 그럴만하다.

그런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을 끝까지 하고 있는 이유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기계로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짚신을 삼거나, 새끼를 꼬거나, 맷돌을 사용하는 등의 일들이 이제 대부분 사라졌다.

그런데 그 전통을 이어가지 못하더라도 기록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우리네 문화 속에는 삶이 담겨 있고 생활을 엿볼 수 있다.

왼 새끼를 꼬는 이유, 짚신을 많이 소비할 수밖에 없던 시기 등은 당시의 삶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어서 필요 없다 할지 모르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우리가 과거를 그리워하는 이유가 뭘까.

레트로 경향이 확장되는 이유를 책 속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KakaoTalk_20210103_205643333_02.jpg

 

KakaoTalk_20210103_205643333_03.jpg

차례를 보면 

1. 옛집 풍경

-초가, 샛집, 너와집, 돌너와집, 굴피집, 흙집, 귀틀집, 투막집, 고콜과 화티, 화로, 아궁이와 부뚜막, 굴뚝, 거적문과 뜸, 주저리, 김치광, 연자방아, 디딜방아, 맷돌과 확독, 장독대 등

2. 그 밖의 풍경들

-뒷간, 고무신, 세간, 왼새끼, 짚신 삼기, 설피와 전통스키 설매, 앉은뱅이 썰매, 닭둥우리, 다래끼와 종다래끼, 바가지, 등잔, 조리, 키, 호롱기 탈곡과 도리깨질, 극젱이와 호리

3. 명맥을 잇는 사람들

-초막, 소달구지 농사꾼, 떡매, 베 짜는 사람, 무명과 명주, 죽물, 한지, 쌀엿, 소곡주와 홍주, 메주, 손곶감, 옹기, 숯가마, 대장간, 죽방렴, 독살, 뻘배잡이

4. 마을문화

-오지마을, 인제 마장터, 시골길, 다랑논, 뱃사공과 줄나룻배, 섶다리, 나무다리, 집안 신, 성주, 조왕신, 서낭당, 곳집, 짐대와 벅수, 쥐불놀이와 달집태우기, 당산제, 줄끗기 놀이, 연평도 풍어제, 위도 띠뱃놀이, 당신상, 풍장형 가묘, 초분

로 나뉘어 있다.

KakaoTalk_20210103_205643333_04.jpg

 

 

마을을 다니면서 옛날 집을 보았고, 세간들을 보았다. 

오래된 것임은 분명한데 대체 무슨 용도로 쓰이는지, 몰랐던 것이 많았다.

<사라져 가는 풍경들>을 읽으면서 다시금 기억을 떠올려봤다.


돌아가신 외할머니 집도 생각나고.

사진으로나마 남겨 둘 걸...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지금도 남아있긴 할까, 이미 허물어져 버리진 않았을까.


나는 서울에서 쭉 살아서, 초가나 흙집, 옛날에 쓰던 물건을 잘 모른다. 그런데도 자꾸 관심이 간다.

나는 써보지 못했지만, 사라지면 아쉬울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책을 통해 지나간 시간을 떠올려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을 기록으로 남겨두었으면 좋겠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면 '지금'이 그리워질 때가 올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