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멧돼지 곳니 작은거인 50
홍종의 지음, 이은천 그림 / 국민서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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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자리를 지켜내야 할 때

[대장 멧돼지 곳니]는 사람과 자연의 조화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무고하게 희생당하는 멧돼지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함을 전하며...>

 

야생 멧돼지가 나타났다는 뉴스곧 처참하게 쓰러진 멧돼지.

훼손된 자연으로 허물어져 버린 동식물의 자리를 생각하며 쓴 이야기다.

 

책을 읽으면서 내 주변을 돌아봤다.

나는 신도시에 산다신도시에 산다는 건동물의 자리를 빼앗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산에서는 뻐꾸기가 울고호수에는 백로가 날아다니며오리들이 떼 지어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파트 곳곳에는 사람들을 위한 공원이 만들어졌다공원을 산책하다보면급하게 뛰어가는 고라니를 볼 수 있다공원에서 만난 고라니는 괜찮은 편이다가끔은 아파트 옆 도로에서도 마주친다혹시나 차에 치이면 어쩌나 걱정이 될 정도로 움직이는 모습이 안타깝다.

몇 년 전에는 근처 초등학교에 멧돼지가 들어왔다는 소식과 함께 몇 시간 만에 사살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사람의 입장에서 멧돼지를 잡았다는 건 다행인 소식이다그런데 참 기분이 좋지 않았다멧돼지가 살던 초등학교 근처 산은 이미 깨끗이 정비가 되어 있다산 아래는 모두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다그러면 멧돼지는 어디로 가야 하나견디다 못해 내려와 본 건 아닌지오히려 먹을거리가 더 없는 초등학교까지 들어왔다는 사실이 참 슬프다.

아파트 고층 창문에는 간혹 박쥐도 발견된다얘들이라고 자신의 자리를 빼앗은 사람들 곁으로 오고 싶었을까살던 공간이 모두 허물려서 어쩔 수 없는 마지막 선택지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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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멧돼지 곳니는 한 사건에 의해 사람의 곁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집돼지 엄마집돼지 딸 금니진돗개 꿍이와 함께 한 시간이었다곳니는 사람에게 길들여져진 채 살다가 다시 산으로 가게 되었다.


산에 살다가 사람이 있는 곳으로 내려오는 것도 힘들지만사람이 주는 음식을 먹고 살다가 산으로 가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인간의 삶과 자연의 삶은 참 많이 다르다아무리 생각을 바꾼다한들 사람과 동물은 섞일 수 없고맞춰가는 것뿐이다공존은 이상적인 생각이지 분명히 희생이 뒤따른다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위험과 함께곳니를 데려온 산골 아저씨도 그렇다동물을 위해 기르는 건 아니었다.


곳니는 다시 혼자가 됐다다시 산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살쾡이와의 만남은 서로에게 반갑지 못했지만결국은 사건의 연결과 해결에 중요한 순간이었다.

곳니가 멧돼지 무리에 들어가는 과정과 엄마를 만나게 된 이야기검은 귀의 사연이 마음을 졸이게 했다그리고 짝귀와의 악연까지 책을 읽는 내내 푹 빠져서 볼 수밖에 없었다.

 

곳니는 말한다지혜란 살면서 부딪치고 감당하는 어려움을 통해 스스로 깨닫고 얻는 것이라고곳니는 지혜롭게 헤쳐 나가며 산다그러나 덫에 돌멩이를 굴리고올가미를 찾아 발로 누르고나뭇잎을 디뎌 발자국을 감추는 모습은 어쩐지 슬프다바람이 되어 흔적 없이 살아가는 삶사람들이 생활하는 땅이 온전히 우리의 것이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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