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은 곳에 서려면 언제나 용기가 필요했다.”
모순투성이 마음을 딛고 날아오르는 모든 이를 위한 성장소설 [유원]
성장소설은 누구를 위한 책일까. 성인으로 들어가기 전 아이들을 위한 소설이라고 하지만 나는 구분을 두고 싶지 않다. ‘성인’의 기준은 뭘까. 아직 성숙하지 않은 아이가 주인공이기에 성장소설이라고 한다. 그러면 어른인 나는 성숙한가. 그렇지 않다.
몸은 다 자랐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어떠한 상황이 닥쳤을 때 해결하기까지 어려움을 겪는다.
책을 읽으면 주인공이 대리체험을 해준다. 그걸 보고 똑같이 따라 하라는 건 아니지만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읽는 이 마음속에도 남는다. 나에게 전달된 이야기가 어느 순간 어떻게 나올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 경험의 결과를 미리 체험할 수 있다는 이유 하나로도 책을 읽는 이유가 된다.
특히 경험하기 어려운 일을 맞닥뜨릴 때, 간혹 죽음이라든가.
[유원]이 그랬다. 유원은 이 책의 주인공이며, 여고생이다. 보통 사람들이 겪지 않는 일을 겪었고, 그 일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유원이네 집은 아파트 윗집에서 날아든 불씨로 불이 났다. 집에는 언니와 유원이 둘 뿐이었다. 언니는 어린 유원을 포대기로 둘둘 말아 창문 밖으로 던졌고, 길에 서 있던 아저씨가 받았다. 아저씨는 11층에서 던져진 유원이를 받아내며 크게 다쳤다. 언니는 죽었다.
유원은 사람들 사이에 ‘운 좋은 아이’다. 하지만, 그건 남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들의 시선, 가족의 슬픔, 자신을 받아내고 다친 아저씨는 유원의 몫이다. 아무도 모를 무거운 짐이다.
유원이의 감정선이 섬세하게 표현되었다. 우연히 친해지게 된 ‘수현’이란 아이는 유원이를 바꾸어놓았다. 수현은 유원이가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었고, 닫아놓았던 문을 열어줬다. 깨어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방식이 어쨌든.
한없이 무거울 것만 같지만,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였다. 유원이 변화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도 좋았다. 어두운 시간을 스스로 깨고 나올 수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