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마음에 있는 응어리를 꺼내놓는 이야기.
[우리 집에 왜 왔니?]는 아이들의 성장을 그렸다.
얼마 전에 [도개울이 어때서!]라는 책을 재미있게 본 적이 있는데, 둘 다 황지영 작가의 동화다.
원래 동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황지영 작가가 쓴 동화는 정말 술술 읽게 된다.
한자리에 앉아서 160페이지 가량을 끝까지 쭉 읽었다.
일인칭시점의 동화인데, 한별이라는 아이가 주인공이다. 한별이는 소심하고 부끄럼이 많은 아이다.
아이들의 심리묘사가 굉장히 잘 되어있는데, 일인칭 동화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우리 집에 왜 왔니?]
주황색 테두리 안에 앉아있는 두 여자아이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까 궁금했다.
내가 새 책을 꺼내면, 9살 아이가 훑어보곤 한다.
특히 재미있는 책은 신기하게도 먼저 알아보는 재주가 있다. 이 책 역시 아이 눈에 마음에 들었다.
책을 들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고, 우리 집에 왜 왔니? 노래를 부르면서, 표지만 보고도 좋아했다.
노래 때문에 동화 제목을 이렇게 지은 것 같다고 했다.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무슨 꽃을 찾으러 왔느냐 왔느냐
00꽃을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책에서는 뭘 찾으러 왔는지 살펴봐야겠다.

표지에도 주황색 사각 테두리가 있었는데,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그 안에 아무 그림도 없이 여자아이가 고개를 파묻고 있다.
주인공 한별이 일 것이다.
"어느 날부터 그 애가 우리 집에 놀러 오기 시작했다.
대놓고 막을 수도, 왜 오냐고 물을 수도 없는 상황.
'나'와 '그 애'사이에서 펼쳐지는 아슬아슬한 심리전"
네가 왜 우리 엄마 앞에 앉아 있어?
네가 왜 내 머리끈을 했어?
네 앞에 왜 불고기가 있어?
왜, 왜 자꾸 내 자리를 넘보는 건데......!
한별이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차례
1. 내가 모둠장이라니
2. 우리 집에 온 예빈이
3. 작전 실패
4. 내 자리야
5. 헤매고 헤매고
6. 풍덩!
7. 돌이 굴러온 이유
8. 출구로 가는 길은, 있다.
주인공 한별이는 뭐든지 잘하는 여자아이 예빈이, 장난이 심한 남자아이 유석, 지원과 한 모둠이 됐다. 게다가 모둠장까지 맡게 된다.
한별이는 축구를 좋아하는 누리와 단짝이다.
한별이 엄마는 누리 할머니와 함께 마을 도서관 작은 카페에서 일한다.
누리 할머니는 웰다잉 강의를 듣고 와서는 복수 노트를 쓴다.
복수 노트라길래 처음엔 조금 섬뜩하기도 했는데, 한 번쯤 써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쁜 일을 마음에 담고 있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그 일을 놓지 못한다.
주인공 한별이도, 누리 할머니도 그런 성격이다. 나 역시도 비슷한 사람이다.
할머니의 복수 노트에는 이미 저세상으로 간 사람도 많다. 할머니는 다 찾아가서 사과를 받고 웰 다잉하겠다고 했다.
나쁜 일을 마음에 가지고 있어봤자 본인만 힘든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고두고 마음에 새기는 건 이겨낼 방법을 몰라서겠지. 그걸 잘 해결하는 방법 역시 동화를 읽으면서 배웠다.
소심한 한별이네 집에서 예빈이와 단둘이 과제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예빈이가 조금 이상하다.
한별이네 집을 본인 집처럼 생각하고 한별이 엄마에게도 싹싹하게 군다. 한별이는 점차 불편한 눈으로 예빈이를 바라보지만, 말을 꺼내지 못한다.
누리 할머니가 한별에게 한 조언이 내 마음에도 새겨진다.
"옛말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라고 그러지만, 마음속에 있는 말은 새도 못 듣고 쥐도 못 듣고 옆에 있는 사람도 못 듣는 거다. 너무 쌓아만 두지 말고 말하고 살자, 응?"
누리 할머니 역시 한별이와 비슷한 성격이지만, 복수 노트에 써놓은 어릴 적 친구를 찾아간다.
한별, 누리, 예빈도 복수 여행에 따라간다.
누리 할머니는 어떻게 해결했을까.
자신의 속 마음을 털어놓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은 중요한 메시지다.
그 메시지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끌고 간다.
누리 할머니에게도, 한별에게도, 예빈에게도 필요한 점이었다.
각기 다른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마음에 있는 응어리를 어떻게 꺼내놓는지 동화에 담겨있다.
자신의 속 이야기를 털어놓고, 변화하는 과정까지.
책을 읽는 아이들도 그 메시지를 받아 갔으면 좋겠다.
자신의 속마음을 말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정확하게 내 마음을 알 수 없다는 것.
감추고 있지 말고 꺼내는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