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경력의 정신과 의사와 25년 상담전문가가 나누는 지혜롭고 명쾌한 인생 문답 책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라면>은 다른 심리 책과 확연히 다르다.
50년 경력의 정신과 의사이자 이화여대 명예교수 이근후는 ‘듣는 사람 마음으로 읽어주세요’라고 여는 글을 썼다. 같은 말이라도 듣는 사람 따라 다르게 들리니, 그 마음으로 읽으라는 것이다.
한국 분노 관리연구소 소장 이서원은 이근후 교수에게 ‘인생과 관계’를 주제로 즉문즉답을 하여 책을 써보자고 제안했다.
책은 질문과 답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일방적인 답이 아니라 크게 묶은 대화 형식이라고 해야 어울릴 것 같다. 이서원 소장이 질문하고, 이근후 교수가 대답하는 형식인데 읽으면서 이게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이 맞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편견일 수도 있지만. 사고방식이 포괄적이고 열려 있어서 놀라웠다. 더 놀라웠던 건 교수님은 1935년생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살면서 답답했던 것과 이해하지 못했지만 꺼내지 못한 이야기를 두루 훑어준다. 세대 차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또한 편견이었다.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사고방식이 문제였던 것 같다.
코로나 19로 모든 일에 예민하고 지쳐있다. 이런 비슷한 다른 책들은 일방적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어 공감이 가질 않았는데, 이 책은 읽으면서 상담 받는 느낌이 들었다. 내 이야기를 꺼낸 게 아니라 책을 읽었을 뿐인데 꼭 내 속을 조금씩 꺼낸 것 같다.
목차를 보면 공감 가는 내용이 많다.
1장 불안하고 상처받은 마음 관리
유독 불안을 잘 느끼는데 비정상인가요?/욕심 없이 사는 게 가능한가요?/미워하는 사람이 용서가 안 돼요/마음의 상처는 얼마나 오래가나요?/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2장 지금 이대로의 내가 좋다
자존감을 가지고 산다는 건 어떻게 사는 걸까요?/열등감을 해소하고 싶어요/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다 모으면 내가 되는 걸까요?/어떻게 해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DF요?/창의성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3장 세상살이가 힘들고 지쳐도
열심히 사는데도 왜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걸까요?/재미없는 공부를 왜 해야 하나요?/재미있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뭔가요?/나 자신이 싫은데 남과 잘 지낼 수 있을까요?/나에게 자연은 무엇인가요?/세상과는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나요?
4장 가족 간에도 거리가 필요하다
3대가 모여 살아도 괜찮을까요?/정 때문에 멀어진다고요?/혼자 살아도 괜찮은 건가요?/결혼하지 않아도 될까요?/가족에게는 왜 말조심을 안 하게 되는 걸까요?/나이 드는 것도 서러운데
5장 아이는 부모가 허용하는 만큼 자란다
게임만 하는 아이를 보면 속이 탑니다/ 2병이 왜 생기는 걸까요?/ 유 없이 반항하는 자식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가 가족을 대표해서 앓는다고요?/ 이에게 아빠가 왜 필요해요?
6장 가장 가깝고도 먼 관계, 부부
부부로 산다는 게 뭘까요?/우리 부부는 말이 통하지 않아요/자기만 아는 사람과 어떻게 같이 살죠?/바람을 왜 피우는 걸까요?/부부는 서로에게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졸혼도 괜찮은 걸까요?
7장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하여
왜 다들 내 말을 안 듣는 거죠?/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높은 자리에 가면 사람이 달라지는 걸까요?/남녀 차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강아지를 키우면 뭐가 좋은가요?
8장 관계가 풀리면 일도 풀린다
갑질 때문에 죽겠어요/걸핏하면 지각하는 직원 어떻게 고치나요?/하는 일이 적성에 안 맞는데 그만둬야 할까요?/회사가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좋은 리더가 갖추어야 할 조건은 무엇인가요?/듣기 싫은 이야기도 들어야 리더다
9장 오늘이 행복한 이유
우리 인생을 몇 단계로 나눌 수 있을까요?/사랑이 뭘까요?/돈이 있어야 행복할까요?/품격 있게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SNS를 보면 나만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어요/행복하게 사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책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보면 어디다 적어두고 싶은 생각이 든다.
“불안을 잘 활용하면 예술가도 될 수 있고, 시인도 될 수 있어요. 내 불안에 대해 받아들이고 너그럽게 웃어주세요. 그게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마음 편한 방법입니다.” 22p
“나와 나를 비교하라”65p
열등감을 가진 사람이 많다, 그런데 자신과 거리가 너무 먼 사람은 비교 대상이 아니라 흠모의 대상이라고 한다. ‘같은 업종끼리 비교하라.’는 조언이다. 열등감을 건강하게 잘 활용하면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된다. 자꾸 나보다 나은 사람과 비교를 하니 속상하고 힘들어지기만 한다. 과거의 나, 오늘의 나, 나와 비교를 하면 건강한 우월감과 건강한 열등감을 가질 수 있다.
SNS를 하면서 열등감을 느끼는 사람이 제법 많다. 그걸 상대적 박탈감이라고 한다. SNS에는 불필요한 정보도 많은데 내가 다 소화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
"내가 필요해서 하면 반은 재미있다“ 104p
누구를 위해서 하는 공부는 아예 재미가 없지만, 내가 필요해서 하는 공부는 반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공부뿐 아니라 다른 일도 마찬가지로 적용해볼 수 있다. 나는 역사 공부에 흥미가 없었는데, 글을 쓰면서 내가 역사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힘들지만 재미있다. 다만 교과서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직접 눈으로 보고 찾아보는 재미에서 즐거움을 느꼈다는 사실이다. 효과도 물론 더 좋다.
“정을 앞세우면 갈등이 따라온다.” 140p
예를 들어, 부모가 자식한테 뭘 가져가라는 정을 일방적으로 주는 것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자식은 원하지 않는데 왜 가져다주냐고 할 수 있고, 부모는 가져다주는 정을 몰라준다고 섭섭해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한이 많은 이유도 정 때문이란다. 정에 대한 문제로 갈등이 생기고, 응어리가 쌓이고 한이 되는 것.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 울분을 푼다는 것에 대해.
“마음의 돈도 줬어야 한다.”270p
눈에 보이는 돈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돈이 있는데 바로 ‘마음의 돈’이다.
칭찬과 격려가 해당한다.
마음의 상처를 소소한 일상의 기쁨들로 덮으며 사는 게 인생이라고 한다.
상처를 덮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연습이 필요하다. 오롯이 나를 위해서.
“남의 행복을 따라 한다고 내가 행복해지지는 않아요.
내가 느끼는 즐거운 마음이 행복인 거죠.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내가 즐겁다면 행복입니다.“
힘든 시기지만, ‘나’를 중심으로 ‘내’가 즐거운 일을 찾고 싶다.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