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아깝잖아요 - 나의 베란다 정원 일기
야마자키 나오코라 지음, 정인영 옮김 / 샘터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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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코로나 여파로 인해 좋아진 점을 구지 꼽으라면, 책을 읽는 시간이 생겼다는 것이다.

나도 아이도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사서 읽는다.

직접 보고 고르지 못해 아쉽긴 하다. 책의 표지를 보고, 넘겨보는 재미를 포기해야 하니까.

그렇지만, 요즘에는 마음만 먹으면 서평을 찾아볼 수 있다는 사실과 책을 주문하면 다음날 도착하는 빠른 배송이라 좋다.


신간 중에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다.

[햇볕이 아깝잖아요]_나의 베란다 정원일기


제목에 어찌나 공감이 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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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신발 신을 일이 거의 없어졌다. 

계절은 봄으로 바뀌었고, 옷차림의 변화도 필요하다.

그런데 편하게 다니지를 못하니 햇볕이 정말 아깝다.

'해'가 이렇게 고마운 존재였다는 걸 새삼 느끼고 산다.


아무튼 이런 생활 속에서는 가정에서 하는 취미 생활이 최고다.

나는 책을 읽는 게 좋았다. 
[햇볕이 아깝잖아요]는 말그대로 베란다에서 정원을 가꾸는 이야기다.

저자는 '야마자키 나오코'다. 일본의 흔한 여자 이름 나오코+콜라의 합성어 '나오코라'라는 필명이다.

사람을 사귀는 데 서툴러 정원을 가꾼다고 한다. 

소설, 에세이 작가로 활동중인데 이번 작품은 자신이 가꾸는 정원 이야기이다.


정원이라 하면 거창해 보일 수 있지만, 베란다 한 켠에 식물을 가꾸는 일이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대단한 취미 생활도 아니다.

"베란다는 세계의 축소판, 그 작은 공간에 우주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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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통해 생과 죽음을 응시하며 남들과 다른 삶을 열망했던 젊은 작가는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항상 식물 키우기를 실패했다.

작은 다육이 하나, 그렇게 쉽다는 선인장 하나도 제대로 가꾸지 못한다.

식물을 잘 가꾸지 못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변화가 생겼다.
단순히 '식물'이라기 보다, 다르게 생각했더라면 잘 키울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예전에 아이 학교 숙제로 봉선화를 키운 적이 있었다.

나의 전제는 '나는 식물을 잘 못 키워.'였다.

말 그대로 점점 시들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아이의 관찰일기 속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저자는 식물을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본다.


식물이 줄기를 뻗는 모습을 보면서 내 몸의 구조에 대해 생각한다.

꽃잎이 하나둘 피는 모습을 보면 인간도 이렇게 진화했구나, 공감한다.

벌레 먹은 흔적을 보며 지구의 모양도 이런 식으로 변해왔겠다고 상상한다.

베란다는 세계의 축소판이다.

 

 

그저 바라만 봐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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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베란다 정원일기_햇볕이 아깝잖아요

차례를 보자.


1. 경치를 빌리다.

2. 첫 독립, 첫 식물

3. 움직이는 것이 우리 집에 찾아왔다.

4, 사계절 정원 식사

5. 태풍이 불던 날

6. 아주 오랫동안 여행하기 위해

7. 쓰레기를 심다.

8, 기형을 사랑하는 마음

9. 흙 속의 작은 씨앗을 찾으며 나이를 먹는다.

10. 씨앗의 시간

11. 세상의 솎음질에 익숙해진다는 것

12. 싹이 트는 기쁨

13. '컴패니언 플랜트'의 세계

14. 녹색 커튼

15. 내가 편애하는 장미

16. 다시, 버섯의 계절

17. 겨울 생활

18. 베란다여 안녕

19. 밤의 정원 옆에서

-그 이후의 이야기




저자가 식물을 가꾸어 나가는 이야기, 물질적인 것에서 벗어난 내용이라 그런가?

별다른 생각하지 않고 읽어도 좋은 책이었다.

집에만 있는 요즘 같은 날, 소파에 앉아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정말 식물을 키우는 행위에 흥미가 없지만, 잠깐은 '다시 키워 볼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 내용 중에서

"힘들 때는 잎을 떨구고 가만히 있으면 될까.

인간에게도 괴로운 시기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절대 죽지는 않을 거야.

그렇게 다독여보는 건 어떨까."

라는 글이 있다.


어쩜, 코로나 19로 힘든 우리들에게 딱 맞는 구절일까.

저자가 식물을 돌볼 겨를이 없어서 식물은 초록에서 갈색으로 바뀌던 때가 있었다.

올리브 나무가 당연히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두 달 정도 지나 올리브 나무를 다시 베란다에 내놓았는데 놀랍게도 초록색 잎이 돋았다는 것이다.


올리브 나무는 최소한의 에너지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잎을 떨궜던 거다.

겨울잠에 들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햇볕을 느끼면서 삶이 시작되었음을 알아채고 눈을 뜨고, 잎을 틔웠다.


저자는 "힘들 때는 잎을 떨구고 가만히 있으면 되는 거다. 인간에게도 괴로운 시기가 있게 마련이다. 

언젠가 다시 따뜻한 볕이 들고 선선한 바람이 다정하게 찾아올 테니,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손에 쥐었던 욕심을 내려놓고 조용히 지내면 된다."라고 말했다.


현실이 힘든 탓에 저자의 글은 내 마음을 더 단단하게 해준다.

모든 사람이 지금 힘든 시기니까.

나무가 에너지를 최대한 적게 쓰기 위해 잎을 떨구는 것처럼...

나도 잠시 그렇게 지내봐야겠다.


지금이 제일 힘든 시기 같지만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닐 것이고

이겨내고 나면 다시 햇볕을 느끼는 시간이 찾아오리라.

 

햇볕이 아깝지만, 다음에 다시 올 햇볕을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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