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개울이 어때서! 사계절 저학년문고 68
황지영 지음, 애슝 그림 / 사계절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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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는 옛이야기에서 많이 등장한다.

머리 한가운데 뿔이 달리고, 통통한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남자 도깨비가 우락부락하게 나오고, 귀여운 아기 도깨비가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 엄마가 어렸을 때, 마을 사람 중 도깨비에게 홀려서 큰일을 당한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도깨비 불도 종종 나타났었다고 한다. 엄마는 무시무시한 도깨비 이야기를 했지만 어쩐지 무섭진 않다.

보통 이야기에 등장하는 도깨비는 사람들을 괴롭혀도 해학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예로부터 우리에게 그런 존재로 시작한 것처럼 마냥 밉지만은 않다.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도깨비는 아직까지 우리 주변에 있을까.

아니면 세상이 바뀌었으니 사라졌을까.

황지영 작가는 예전부터 도깨비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등장한 '도개울'

<도개울이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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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화는 일인칭으로 썼는데, 소심한 여자아이 '한수아'의 눈으로 바라본 이야기이다.

표지에 등장하는 빨간 부채 머리에 노란 티셔츠를 입고, 방망이를 맨 여자아이는 '도개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도깨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표지만 봐서는 저 아이가 도깨비 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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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에는 특별한 아이가 있어.

질끈 묶은 머리카락이 분수처럼 솟아 있고

수업 시간에도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메밀묵을 먹으면 눈이 번쩍이고

작은 몸집에 남다른 힘을 가진 내 친구, 도개울.

우리 반 아이들은 개울이나 너무너무 이상하대.

개울이의 특별한 비밀을 하나도 모르면서!"


한수아는 메밀묵을 구수하게 먹었다는 이유로 "구수아"라는 별명이 생겼다. 짝꿍 유찬이가 지어준 것이다.

한수아는 그 뒤로 유찬이와 메밀묵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

메밀묵 집 딸인데 별명을 얻고부터 메밀묵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도 초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면 별명 때문에 속상한 적이 많았다. 정말 별것도 아닌데 별명이 꼬리표처럼 붙는다.

아무리 아니라고 하지 말라고 해도 기어코 별명을 부르는 남자아이들 때문에 운 적도 있다.

소심한 수아는 전학 온 '도개울'의 행동을 보고 깜짝 놀란다.

 

대체 쟤는 왜 저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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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개울이 어때서!>차례를 보면

1. 구수구수 구수아

2. 이상한 도개울

3. 개울이와 메밀묵

4. 내 소원은?

5. 꼭 잡은 손

6. 우리의 약속


'도깨비'하면 '메밀묵'을 빼놓을 수 없다.

또 하나 '도깨비방망이','도깨비감투'도 뗄 수 없다.

동화 속에서 이것들은 어떻게 등장했을까.



도깨비라는 존재가 어른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조금 낯설 수 있다.

<도개울이 어때서!>에서는 도깨비의 이미지를 정말 잘 그려냈다.

목소리와 행동이 크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고, 힘이 넘친다. 메밀묵을 무척 좋아하고 은혜를 갚을 줄 아는 도개울.

도깨비의 특성들을 아이의 시선으로 풀어낸 부분이 재밌다.


도개울이 수아의 도움을 받고 "도깨비들은 은혜를 꼭 갚아."라고 말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은혜'라는 말은 옛이야기에서 주제로 자주 나오는데. 동화에도 잘 녹아들었다.


수아는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해도 큰소리치지 못하고 선생님한테 이르지도 못하는 아이이다.

하지만 도개울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아이다.

수업시간에 노래도 부르고, 선생님한테 혼이 나도 기죽지 않는다.

"다음에는 안 그럴게요!"

하고 큰소리로 대답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도개울의 행동을 아이들이 모두 따라 하면 안 되겠지만, 어느 정도는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동이 소심한 아이들이 생각도 소심한 건 아니다. 나서고 싶은 욕구가 있어도 꾹 참는다.

그러다 보면 긴장감이 사라지지 않고 스트레스는 계속 이어진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을 돌아보아도 그랬고, 내 딸도 그런 면이 보인다.

소심한 아이들에게 '도개울'이란 캐릭터는 감정의 해소를 도와줄 것이라고 본다.

 

수아는 도개울과 함께 지내면서 처음에는 남들과 '다른'모습에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도개울과 함께 하면서 재미있다는 걸 느꼈다.

 

도개울은 수아네 메밀묵 가게에 가서 메밀묵을 먹고 눈이 반짝인다.

수아는 어떻게 도개울이 도깨비라는 사실을 알았을까.

수아와 도개울은 어떤 일을 벌일까.

내 옆에도 도깨비가 있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도 든다.

수아의 이야기 중에 특히 인상깊었던 장면이 있다.

 

수아네 호랑이 같은 담임 선생님이 도깨비방망이를 들고

"금..그음...흠흠."

"금, 금 나와라. 뚝딱!"

금, 은, 다이아몬드까지 외치는 모습이다. 엄하게만 보였던 선생님의 엉뚱한 태도는 웃음을 자아낸다.

선생님은 수아에게 그 모습을 들키고, 아이들에게 말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까지 한다.

그러니까, 선생님이 무서워서 덜덜 떠는 아이도 조금 편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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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에 도개울이 나타난다면 나는 수아처럼 열린 마음으로 대해 줄 수 있을까?

만약 내가 개울이라면, 내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데 용기 있게 행동할 수 있을까?

작가는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고 한다.

 

세상에 도개울 같은 사람은 많다.

꼭 도깨비라는 건 아니고 나와 많이 '다른'사람 말이다.

 

아이들도 자신과 다른 사람이 나타나도 마음을 열고 받아주었으면 좋겠다.

친구를 위해 작은 용기를 꺼낼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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