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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엔 할머니 한마리가 산다
송정양 글, 전미화 그림 / 상상의집 / 2015년 1월
평점 :
[우리집엔 할머니 한마리가 산다]
제목이 참 독특하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한마리라니? 그리고 표지에는 머리털이 단발정도로 긴 개.
바닥에 머리를 붙이고 편해보이지 않는 표정으로 있다.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더 끌렸던 건 #죽음#반려견#할머니 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할머니 반려견의 죽음 이야기
이게 이 책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아이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죽음에 관해 물어보면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번쯤 고민해봤을 내용이다.
그러기에 더욱 읽어줄 필요가 있었던 책이다.

처음엔 할머니라는 글자만 보고, 사람을 이야기하는 줄 알았다.
한마리라는 단어보다 할머니라는 단어가 내 머릿속에 먼저 박혀버렸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궁금했다.

"엄마, 우리도 강아지 키우면 안 돼?"
"안 돼. 우리 집엔 할머니가 있잖아."
엄마가 한숨을 쉬며 말하자 내 입에서도 한숨이 흘러나왔다.
할머니 때문에 다 틀리고 말았다.
이 짧은 내용에 많은 생각이 마구 들었다.
할머니, 한숨.
할머니 때문에 틀렸다는 것.
그 자체로 참 슬펐다.

늙은 할머니개 '이뽀'
이뽀를 키우는 가족(아빠, 엄마, 나)의 이야기.
아빠는 할머니개 '이뽀'를 참 예뻐한다.
할머니가 처음부터 '할머니'였던 것은 아니다.
이 말 한마디가 철학적으로 느껴졌다.
모든 것에 대입 되는 말..
엄마가 처음부터 엄마가 아니였던 것 처럼,
할머니도 처음부터 할머니는 아니였지.
그냥 '이뽀'라는 이름이 어울렸던 예쁜 강아지 시절이 있었기때문에
지금의 할머니개가 된 거겠지.
다들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시절이 있다. 그 시절이 지나갔을 뿐이다.
해맑게 웃으며 지냈던 시절, 귀여운 아이였던 시절..
누구에게나 붙잡고 싶었던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읽는 내내 마음이 참 아렸다.
동화책인데,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동화 속의 나는 친구네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고,
엄마는 할머니 강아지때문에 안된다고 했다.
할머니강아지는 집에서 천덕꾸러기신세다.
아이의 입장에선 더 그랬겠지....
여기서 완전 공감갔던 부분이 있었다.
할머니개가 실수를 했는데, 엄마가 화를 냈다. 그런데 아빠가 치우지도 않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툭 말을 던졌던거..
그 말이 엄마는 완전 더 화를 냈다는 사실. 참 공감간다.
그리고 툭 나와버린 안락사 이야기.
"편안한 죽음이 어딨어?"
"할머니개는 조금씩 죽어갔다."
동화인데, 동화인데, 문장 하나하나가 정말 마음에 콕콕 박힌다.

"할머니 죽으면 강아지 키워도 돼?"
.....
...
..
.
오늘은 할머니가 죽는 날이다.
이렇게 할머니가 죽었다면 여운이 덜했을 텐데..아니였다.
아이가 할머니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해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할머니개는 할머니개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나이가 먹고 쓸모가 없다고 여겨지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이 책은 꼭 어린이를 위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어떤 생각으로 썼을지 모르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그렇다.
화를 보고 울컥하다니....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울컥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
마지막 잠에 빠진 할머리개를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은
여느 아이와 다르지 않다.
반려견에 대한 생각,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동화는.
꼭 한번쯤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어른이 읽는다면 인생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본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무상으로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