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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빛낸 과학의 천재들
에이브러햄 파이스 지음, 이충호 옮김 / 사람과책 / 2001년 6월
평점 :
이 책의 지은이 에이브러햄 파이스는 유명한 이론물리학자다. 작가는 책의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내용들이 각각의 물리학자에 대한 중요성에 비례한 것이 아닌, 개인적 친분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했다. 책을 읽으면서 고전물리학과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등에 대해서 인터넷으로 자료들을 찾아보며 읽었다. 수많은 공식들이 나왔지만, 그것은 내가 물리학도가 아닌 이상 깊게 파고 들어갈 수 없다고 판단하고 그런 것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넘어갔다. 이 책은 교과서처럼 과학지식을 전달해주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론물리학자들이나 수학자들의 업적을 재조명 해보는 것에 더 큰 의의를 두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 있는 과학자로는 아인슈타인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를 천재로 생각하고, 그를 절대적인 과학의 지도자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대를 살아갔던 많은 과학자들 중에는 그와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인격적으로 적대감을 가진 것이 아니라, 이론적 차이를 표명했다는 말이다. 과학자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갑자기 천재적인 발상만을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도 인간이며, 실수를 하고, 토론을 하고 이론에 있어서 새로 등장한 신출내기들에게 패배하기도 한다. 과학에는 그래서 영원한 승자가 없다. 과학은 진실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언젠가 몇 세기 후에는 우리가 지금 중세의 연금술을 보듯 현재의 과학을 평가할지 모른다. 우리는 현재 지식의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믿지만, 실제로 우리는 아직 인간들끼리도 물리학에 관한 이론을 종합해내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고 있다.
순수한 이론 물리학자들이 대거 전쟁의 영웅으로 변신한 것은 바로 전쟁이 일어난 때였다. 1,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 분야를 무기제조방향으로 돌렸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재정상의 이유였을 수도 있고, 신변의 문제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물리학자들이 핵폭탄을 만들어 종전을 앞당겼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영웅이길 꺼려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고전 물리학과 결별하고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으로 대변되는 20세기의 물리학은 이제 그들 자신의 생존자체도 위협하는 물리학의 외도를 두려움으로 바라보았다. 그들은 순수 물리학자에서 학살자로 비난을 받을 처지에 놓였기 때문에 영웅이기를 거부했던 것이다.
문제는 핵폭탄보다 더 무시무시한 수소폭탄의 제조가 가능해졌다는 것에 있다. 이에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기술로 인류를 파멸로 이르게 하는 무기제조에 대해 심한 거부반응을 내비쳤다. 종전을 이끌었던 과학자들은 그들 자신이 앞서 UN과 미국 정부에 성명서를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평화를 사랑했으며, 더욱이 물리학이 인간을 이롭게 하는데 쓰이기를 바랐던 것이다. 이 책에 나온 물리학자들은 대부분 지금 죽었지만, 그들 개개인이 물리학사에서 남긴 영향은 하나하나가 모두 지대한 공헌이었으며 인간을 위한 연구였음을 알아야한다. 만약 이들이 이렇게 20세기에 함께 활동하지 않았다면 서로 자극을 받지도, 영향을 받지도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이들이 20세기에 한꺼번에 나타난 것은 인간을 조금은 더 지혜롭게 해주려는 하나님의 계획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