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지 마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57
마에카와 도모히로 글, 고바야시 게이 그림, 이기웅 옮김 / 길벗어린이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표지 전면을 채우고 있는 한껏 무서움에 이불을 뒤집어쓴 아이의 얼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붉게 상기된 뺨은 아이의 공포감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면지의 어둠을 지나면 낮인듯한 시간적 배경을 표현하듯 자신의 그림자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아이의 시선을 따라 본문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본격적인 '어둠의 공포에 대한 아이의 반응이 그려진다.
사실 세속적인 나는 긴 복도가 있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보이는 너른 집의 구조가 더 눈에 띄었다.

어둠이 무서워 온 집안의 전깃불을 죄다 켜고 다니는 아이.
그리고 나와 별반 다를 바 없을 어른인 엄마는 "빈방까지 불을 켜면 어떡하니."라는 말과 동시에 불을 끄고 다닌다.
잘 때도 무서워 불을 끌 수 없는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릴 틈 없는 엄마는 이내 불을 꺼 버린다.
그리고 표현된 자리에 누워 어둠과 마주한 아이의 공포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두 면을 할애하여 그려진 아이의 얼굴과 동그래진 눈.
그리고는 불끄고 나가는 엄마 품으로 뛰어드는 아이와 안심시키고 아이 방을 나서는 엄마...
잠시 후 혼자 화장실에 다녀온 아이는 결국 온 집안의 불을 켜게 되고...
엄마는 '귀신은 없다'며 재차 아이를 안심시키고...
엄마와도 소통할 수 없는 아이는 결국 자신을 귀신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손전등'을 준비한다.
여기까지는 예측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나 반전...
어둠을 향해 말하는 아이와 이에 화답하는 보이지 않는 존재...
'어둠? 진짜 어둠일까?' 신선한 발상이다.
"...이렇게 새카만 게 바로 나야."라는 구절을 미루어 짐작컨대, "어둠"이다.
그리고는 작가의 철학적 사유를 읽을 수 있는 궁극의 문장이 등장한다.
"눈을 떠 봐. 내 뒤로 뭐가 보이니? 어두워야만 보이는 것이 아주 많아."
어둠은 주인공인 어둠을 무서워하는 아이와 여행하며 어둠 속에서 더 눈에 잘 보이는 것들에 대해 가르쳐준다.
어둠에 대한 공포는 비단 이 책의 주인공처럼 어린아이만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막연한 공포...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불확실함이 불러온 감정일 것이다.

이 책의 작가인 '마에카와 도모히로'님은 극작가이자 연출가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줄거리가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뭔가 극적인 느낌을 받았다.
마치 '발단-전개-절정-결말'과 같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듯한 느낌.
게다가 '고바야시 게이'님의 그림도 그 극적 요소를 배가시켜주고 있다.
작가님의 특별 주문이 있었는지 책의 속지도 최근 내가 봤던 여느 그림책과는 달리 마치 화보집처럼 도톰한 용지를 사용했다.
그래서그런지 책이 더욱 고급져 보이는 건 사실이다.

요즘 우리 나라에서도 최근 한달 동안은 토요일 밤마다 어두워서 더 밝아보이는 '촛불집회'가 계속되었다.
아직은 더 어둠을 밝혀야 할 촛불이 필요한 걸까? 얼마나 더 필요한 것인가?
작가가 말한 '어두워야 더 잘 보인다'는 것은 요즘의 국내 상황이 아닐까 한다.
너무 훤하고 밝았던 그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어둠을 뚫고 하나둘 끝도 없이 밝혀지는 진실에 버겁기만 한 요즘이다.
'어둠의 공포'보다 더 무서운 것은 '숨김의 연대기'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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