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 - 2024년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도토리숲 문고 9
존 조 지음, 오승민 그림, 김선희 옮김 / 도토리숲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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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계 헐리우드 영화배우인 '존 조(한국 이름: 조요한, John Cho)'님이 쓴 자전적 소설이다.

소설의 배경은 1992년 4월 29일부터 5월 4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미국 흑인들이 일으킨 폭동을 다루고 있다.

이 소설 속 주인공 '조던;이 어쩌면 '존 조' 배우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세종대학교에서 동양화를 공부했고, 한겨레 일러스트레이션 그림책 과정을 수료 후 다수 작품의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신 오승민 작가님의 유화풍 그림이 '존 조' 배우를 꼭 닮은 앞표지 뿐만 아니라 내지 본문 삽화로 그려져, 이 소설의 암울하지만 희망을 찾아가는 '조던'과 그의 가족들, 그리고 친한 친구 '마이크 리'와 의 이야기에 더욱 힘이 실렸다.

또한, "제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로망으로 해외에 사는 교포들의 삶을 마냥 부러워한 적이 있었어요. 어릴 적 훌쩍 미국으로 떠나 버린 친구때문에 생긴 그리움일 수도 있어요. 그곳에서는 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왠지 꽃길만 걸을 것 같았거든요."라 고백하는 김선희 번역가님의 섬세한 번역으로 '어린이 청소년 소설'이라는 내용적 한계를 뛰어넘어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울림을 주는 시대성도 획득했다.

조던의 가족은 6·25 참전 용사로서 손가락 두 개를 잃으셨고, 다리도 절뚝이시지만 낯선 타국 땅에서 강인한 정신만은 살아있는 집안의 어른 역할을 맡고 계신 할아버지, 생활력 강한 엄마에 비해 시쓰기를 좋아하고 독서를 즐기는...그러면서도 집안의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빠, 그런 부모님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해서 제 할 일을 다하고 동생 조던까지 돌보는 든든한 누나 사라, 그리고 늘 누나와 비교당하면서도 '자신의 삶은 자신이 결정하겠다'는 당찬 조던까지 3대가 모여 살고 있다.

집에서는 물론 학교에서까지 모범생인 사라 누나와 끊임없이 비교 당하는 조던의 아빠의 바람대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자 커닝을 반복하다 결국 정학을 당하게 되고, 교회 벽에 허락없이 그라피티를 하다 들켜서 '마이크와 어울리지 말라'는 아빠의 요구가 싫으면서도 결국 자주 일탈행위를 하면서도 '늘 계획이 다 있는' 친구 마이크와도 거리를 두는데...

그 즈음 한인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이 목차상 1장의 내용인 '1992년 4월 29일' LA폭동이 일어났다.

이미 1990-92년에 사우스 센트럴 LA의 리커스토어 업주의 사망사건 80%이상이 한인이었고, 이에 폭동이 일어나는 데 도화선이 된 사건이 있다. 1991년 3월 16일 토요일 오전 사우스 센트럴 LA에서 한인 업주 두순자 씨(당시 48세)가 15살이었던 흑인 소녀 라타샤 할린즈 양을 총으로 쏘아 숨지게 한 사건에서 1년 이상의 공판을 거쳐 최종 '집행유예'로 판결해 흑인 커뮤니키가 들끓었다. 이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로드니 킹을 구타한 백인 경관들에 대해서 무죄 판결이 나온 사건이다.

이 두 사건에 흑인들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4·29폭동이 일어나 사우스 센트럴 LA 한인 업소에 불똥이 튀었다

이미 1990-92년에 사우스 센트럴 LA의 리커스토어 업주의 사망사건 80%이상이 한인이었고, 이에 폭동이 일어나는 데 도화선이 된 사건이 있다. 1991년 3월 16일 토요일 오전 사우스 센트럴 LA에서 한인 업주 두순자 씨(당시 48세)가 15살이었던 흑인 소녀 라타샤 할린즈 양을 총으로 쏘아 숨지게 한 사건에서 1년 이상의 공판을 거쳐 최종 '집행유예'로 판결해 흑인 커뮤니키가 들끓었다. 이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로드니 킹을 구타한 백인 경관들에 대해서 무죄 판결이 나온 사건이다.

이 두 사건에 흑인들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4·29폭동이 일어나 사우스 센트럴 LA 한인 업소에 불똥이 튀었다.

출처 : 한국일보 2022-05-05(목) 문태기 OC지국 국장

고.

이 사태로 한인 상가들이 흑인들로부터 무차별 공격을 받아 스스로 상가를 지키고 흑인들의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가게를 지키는 가장들이 많았는데...조던의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이 폭동 관련 기사와 뉴스 보도가 TV에서 실시간 생중계 되고, 이를 본 조던은 집에 돌아오지 않고 연락도 두절되자 아빠가 걱정되어, 아빠가 장롱 선반 깊숙이 숨겨 둔 총을 꺼내 부모님이 운영하는 가게인 주류 판매점으로 향하려는데 마침, 교회 벽에 허락없이 마이크와 그라피티를 그리다 아빠의 꾸중에 의도적으로 거리를 뒀던 마이크가 전화를 해서는 친구 벤의 집에서 닌텐도 게임을 하러 가잔다.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당당하게 외출할 명분이 생겨 마이크를 만나기로 했다.

결국 그러다 마이크네 식당으로 가게 되었고, 마이크는 키가 안 닿는 곳에 숨겨둔 돈뭉치를 꺼내려다 아빠한테 발각되어 놀라 허둥대다 발을 헛디뎌 발을 심하게 삐끗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조던의 속도 마르고 자꾸 지체하는 통에 마음이 조급한 조던은 마이크의 보행을 도우려 근처 남의 정원의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다 '게리'씨를 만나게 되고, 또 마이크가 자신의 형 해당에게 알린 상황이 어느 새 사라 귀에 들어갔는지 차로 데리러 왔고, 이를 거부하며 무작정 뛰다가 마이크의 발목은 더 상태가 악화되어 이에 길가에 잠시 세워 둔 '루이스' 아저씨의 트럭을 얻어 탔다.

이후, 폭동으로 차량 통행이 제한된 사우스 센트럴 구역으로 가기 힘들다며 루이스 아저씨가 아이들의 목적지 주소를 거듭 추궁하자 아무래도 집에서 무단으로 외출한 게 들통날까 봐 신호 대기 중에 잠시 멈춘 트럭에서 기습적으로 내려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목숨만큼 소중하게 지킨, 아빠에게 전해 줄 총이 들어있는 배낭을 차에 둔 채로.

결국 서로 지친 두 소년, 조던과 마이크는 바비큐 가게 텅 빈 주차장에 누워서 숨을 고르다 "아빠에게 줄 총이 든 배낭을 루이스 아저씨 트럭에 두고 내렸다고 고백하며 시작된 말다툼은 끝내 주먹 다짐까지 하고...둘 다 얼굴이 상처로 엉망이 된 채 조던은 어디 가냐는 마이크의 물음에도 아빠의 안위에 대한 걱정과 마이크에 대한 원망, 자기 자신의 일탈 행동 등에 대한 후회로 사라의 차가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걷다가 지칠대로 지친 조던은 순순히 차에 타서 그간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았다. 사라도 사실은 마이크의 형 해당과 비밀리에 사귀고 있음을 고백하고, 교회 청년부 예배에서 몰래 빠져나온 날, 아빠한테 들켜 곤란해지자 마이크가 아는 형 그라피티 아티스트에게서 얻었다는 그라피티용 물감으로 무단으로 교회 벽에 칠하던 조던과 마이크를 따라 나왔다고 둘러대서 고자질한 셈이 됐고, 이 일로 아빠는 조던과 막말을 주고받으며 싸웠고 결국 두 사이가 냉랭해졌던 것이다.

그래서 사라는 정말 미안했다고 사과했고, 동생 조던도 집과 학교에서 늘 모범생인 누나의 비밀 연애를 부모님께 말하지 않고 비밀을 지켜주기로 했다.

한편, 조던이 떠나고 혼자 힘겹게 아는 형 브라이언이 지키고 있는 해당 형과 만나기로 한 실버스타 노래방으로 걸어와서 극적으로 사라, 조던 남매와 상봉하고 둘은 서로를 안아주며 화해한다. 조던의 의도적 거리두기를 이미 알고 있었다며, "나, 문제아야." 라는 마이크의 말에 "너는 또 내 최고의 친구야."(본문 p.206)라고 조던이 화답하는 따뜻한 대화로 둘은 화해한다.

그리고 "늘 다 계획이 있는" 마이크의 기지로 루이스 아저씨의 홍보 전략인 우편함에 명함 넣는 습관을 좇아 루이스 아저씨의 집을 알아내어 기어이 조던의 가방을 되찾아온다.

그 가방을 들고 조던은 아빠가 있을 그 곳, 주류 판매점에 가서 힘껏 문을 두드렸고, 여느 때와는 달리 지붕 위에서 급하게 달려 내려와 문을 열어 주었다.

이제 아빠와 조던 둘 만의 시간을 위해 슬며시 자리를 피해주는 사라와 마이크.

전화선이 끊겨서 전화를 할 수 없었다는 말로 대화의 포문을 연 아빠에게 이제껏 목숨만큼 소중하게 품어 온 가방 속 총을 아빠에게 건네며 아빠를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조던.

그런 조던에게 이내 "좀 복잡하면서도 슬프고 화가 나면서도 부드럽게"(본문 p.231) 아빠는 까먹고 총을 안 가져온 게 아니란다.

일부러 남겨 뒀다고. 절대로 누구에게도 총을 쏘고 싶지 않았기에. 그러면서 단호한 목소리로, "보호가 아니란다. 그건 무기야."(본문 p.231)라고 말했다.

그리고 서로에게 상처주었던 '그 날'의 입씨름에 대해 사과하며 조던 부자는 "함께" 지붕에서 내려 와 가게로 다시 들어갔다.

저자는 에필로그 지면을 빌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조던의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1992년 5월 8일'이라는 주제로,

"LA폭동 이후, 난 또 다른 것을 많이 생각했다. 지선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것은 복잡하다. 특히, 보호해주어야 하는 사람이 보호해주지 않을 때는, 게리 씨가 들려준 것처럼 부당함의 역사 전체를 바꾸는 법을 생각해 내기란 힘겹다.

그날 밤 내가 아빠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엄마는 연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왜 그랬어? 왜?"

하지만 할아버지는 내내 식탁에 조용히 앉아 있다가 딱 한마디만 했다.

"우리가 우리 것을 지켜야 해."

할아버지는 내가 왜 그랬는지 이유를 이해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생각한다. 맞다. 우리는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또한 마이크의 발목에 붕대를 감아 준 게리 씨, 우리를 차에 태워 준 루이스 아저씨, 우리에게 컵라면을 끓여 주고 노래방에서 기다리게 해 준 브라이언을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가 우리의 것을 보호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한 서로를 보호해야 한다. 어쩌면 그게 진짜 보호다."

에필로그 pp.246-247

라고.

이 부분이 이 책의 중심 주제이지 않을까 싶다.

좁게는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 넓게는 포용과 연대의 과정이 이 사회를, 이 세상을 좀 더 희망적으로 공생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라고.

'작가의 말' 부분에서 존 조 배우님은 1992년 4월 29일, 배심원들은 로드니 킹을 폭행한 경찰관들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이를 계기로 그 평결에 반발하여 LA폭동이 일어났는데, 2020년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서도 그와 유사한 판결이 나는 것을 보고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 없는 부당한 판결이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한다.

이 작품을 보면서,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왜 그리 저주처럼 느껴지는지...

비단 지구 반대편 세계 최강국 미국에서만 끔찍한 일이 반복되는 것은 아니다. 정권을 비판하는 발언이나 기사를 쓰거나 방송만 해도 언론인들을 해직시키고, 수사하고, 구속시키던 언론탄압의 시대, 통치자의 말 한마디에 행정가들은 소신 발언은 커녕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일조차 목숨까지 걸어야 할 정도로 서슬퍼런 시대가 우리나라에서도 30여년이 지난 지금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게리 씨가 들려 준 것처럼 "부당함의 역사 전체를 바꾸는 법을 생각해 내기란 힘겹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우리는 연대해야 한다.

결국, 사람만이 희망이기에.

본 서평은 도토리숲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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