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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맨 Idea man - 빌 게이츠의 경영보다 폴 앨런의 발상을 배워라 ㅣ 자음과모음 인문경영 총서 1
폴 앨런 지음, 안진환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아이디어맨이라는 제목때문에 아이디어를 내는 방법에 대한 자기계발서나 경영서적으로 생각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진짜 두뇌 폴 앨런 이라는 선전 문구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책장을 넘겨보니 이 책은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의 자서전이었다.
처음 베이직을 만들기 위해 빌 게이츠에게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장면으로 시작된 이 책은 저자의 어린시절로 이동해 자신이 처음 컴퓨터에 접속하게 되는 장면을 묘사하고 빌 게이츠와 만나는 장면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MS가 성립되기까지의 과정을 아주 소소한 것까지 세밀하게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MS창업과 관련된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 조금씩 언급한 것을 알고는 있지만 공동창업자의 생생한 목소리로 들여다 보는 것은 그것과는 완연히 다른 색다른 경험을 내게 주었다.
모든 자서전이 그렇듯이 이건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이고, 책의 후반부는 젊은 나이에 세계적인 갑부가 된 폴 앨런이 MS를 떠난 후 농구, 미식축구 구단 인수부터 우주개발 등등의 일을 해나간다는 것이 대강의 줄거리다.
난 책의 절반분량인 13장 까지는 푹 빠져서 읽었다. 그가 겪은 컴퓨터의 변천사 일부를 나도 겪어본 만큼 컴퓨터와 관련된 어린시절의 기억들이 떠올라 미소짓게 했다.
내가 컴퓨터라는 것을 처음 접한 것은 삼성제품으로 저장 장치가 오디오 카세트데크인 모델이었다. 내 아버지는 아들을 위한다는 맘으로 사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내게는 단 한마디 언급도 없이 실험도구니 두꺼운 책 전집을 덜컥 사다놓는 취미(?)가 있었는데 당시 우리집의 경제사정 수준으로는 꽤 무리였을 텐데도 어느날 집에 가보니 컴퓨터란 것이 놓여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컴퓨터는 - 당시의 컴퓨터를 지금의 컴퓨터로 착각하면 안된다 당시의 컴퓨터로 할수 있는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었다 - 지금 애플컴퓨터가 용산을 중심으로 대세를 이루고 있었는데 컴퓨터에 대해 알지 못했던 아버지가 덜컥 사양이 떨어지는 삼성컴퓨터를 구매하시는 통에 단지 베이직 언어를 배우는 것으로 만족하고 내 청소년시절의 컴퓨터와의 인연은 멀어지게 되었었다.
다시 컴퓨터와 만난것은 군대에서 였는데 테트리스라는 게임을 하기 위해 컴퓨터를 켜는 방법을 배운 것이 인연이 되어 컴퓨터를 새로 배우게 되었고, 워드프로세서를 익히게 되었는데 이때 워드는 화면에 글자크기를 일일이 명령어로 쳐서 입력하는 방식으로 난 그때 대우에서 출시한 팔란티어란 엄청 후진 워드를 사용했다. 그러다가 미국유학출신의 젊은 장교가 불법복제 해온 로터스 1-2-3란 프로그램을 메뉴얼도 없이 혼자 익힌나는 매달 말이면 3일이나 걸려 정리하던 30권의 장부기록을 단 30분만에 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작성하면서 컴퓨터가 모든 것을 대체하게 될 것을 절감했고 그 때부터 열심히 컴퓨터 사용법을 익히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책을 읽어나가며 오디오카세트에 기록을 저장하는 이야기가 정겹게 다가왔고, 저자가 로터스 1-2-3를 보며 충격을 받고 빌 게이츠에게 킬러앱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득하는 부분에선 그의 절박함이 이해가 되었다.
책 후반부에 스포츠 팀을 인수하여 운영한 이야기는 솔직히 내가 스포츠 경기를 전혀 보지 않는 사람이다보니 용어도 잘 이해가 가지 않고 저자를 따라 몰입하기도 힘들어 책을 읽는 재미는 좀 떨어졌다.
5백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단순히 개인의 자서전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문제가 있어보인다. 개인의 기억에 의존해 쓰여진 것이 아니라 팀을 구성하여 수많은 자료와 증언을 모으고 수련간 여러사람에게 구술로 기록한 것들을 기초로 쓰여진 만큼 작은 역사책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미덕은 단순히 젊은 나이에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젊음을 바쳐 일에 매진하고 남들이 다 꺼리는 이직도 서슴치 않았던 그 용기와 열정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고 MS의 성공과 부가 거져 온것이 아니며 그들이 애플과 구글에 뒤지게 된 것이 무엇때문이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책의 엄청난 부피에 놀라지 말고 무조건 책을 넘기다보면 끝을 볼 수 있다. 일요일 하루를 온전히 투자한다면 독파에 무리는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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