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폐전쟁 3 - 금융 하이 프런티어 ㅣ 화폐전쟁 3
쑹훙빙 지음, 홍순도 옮김, 박한진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연이어 출간되고 있는 화폐전쟁 시리즈는 하나의 재미있는 현상이다.
난 저자 쑹훙빙 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생각할수로 더 그렇다. 어느날 갑자기 화폐전쟁이란 책을 출간하더니 연달아 3권까지 출간하고, 3권의 한국어판 서문에 4권에서 한국에 관한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고 선언까지 한다.
하지만 난 저자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책을 읽는 내내 의문이 떠나가질 않았다.
물론 중국의 근현대사를 화폐전쟁의 관점에서 다룬 것은 참신한 착상이었고 칭찬해 줄 만 하다.
그러나 이 책이 논픽션의 형태를 띠고 있음에도 자꾸만 픽션의 냄세를 풍기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책의 첫 장은 홍정상인 호설암의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마치 호설암을 외국상인의 경제침략에 맞서서 싸우다가 산화한 영웅처럼 묘사하고 있는데 이는 호설암의 평소 행적을 보아 상상이 가지 않는 모습이다. 내가 알기로는 그는 그저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정부에 줄을 대어 관직까지 받았고 그것을 이용해 돈을 벌다가 외국에서 빌린 차관을 갚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생사의 독점을 꾀하려다 반대파 정치인의 후원을 받고 있던 같은 중국상인에 의해서 파산한 사람에 불과하다. 물론 일계 점원에서 시작해 거상이 되는등 그의 성장과정의 독특함 때문에 대만의 소설가에 의해 그의 일대기가 소설로 출간되고 드라마로까지 제작되면서 '홍정상인'이란 이름이 갑자기 알려지게 되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소설과 드라마라는 픽션 속에서의 일일 뿐이지 현실에서의 호설암은 그리 존경받을 만한 사람은 되지 못한듯 한데 이 책에서는 중국의 화폐주권을 지키려다가 분패한 것처럼 묘사되어 있으니 그 절묘한 말장난이 섬뜩하기까지 하다.
화폐전쟁의 전작들은 음모론에서 춢발한 책이다. 이 세상을 소수의 사람들 특히 금융을 장악한 사람들이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음모론이다. 이런 내용은 이미 그림자정부라는 책에서 나왔던 내용인데 저자는 이런 내용을 잘 버무려 마치 자신이 정리한 것 처럼 묘사했었다. 그래서 이 책이 무섭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의 계속적인 출간은 중국정부의 숨겨진 의도대로인지도 모른다. - 물론 이것은 또 하나의 음모론일 것이다. 그리나 난 음모론을 무척 좋아한다. 세상은 신문기사에 실린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며 신문기사가 진실을 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버려서일까? -
어째든 화폐전쟁 시리즈는 중국이 세계 경제 지배의 야심을 숨기고 서양세계 특히 미국의 달러화 주도의 세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진 책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책 3권에서는 달러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이 나오고 있으며 앞으로 중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은본위 화폐질서에 대해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역자가 후기에 언급했듯이 화폐전쟁 1,2편이 이 3편을 쓰기 위해 쓰여진 책이 아닌가 하는 의견에 난 백프로 동감하고 있다.
중국정부가 앞으로 나가려고 하는 경제정책, 특히 화폐에 관한 야심을 엿보고 싶다며 이 책은 필독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기존 한국인들이 접하기 힘들었던 새로운 사실들에 대해서도 기술하고 있어 현대사를 재조명 해 볼 기회도 주고 있다.
단지 그 관점이 너무나 분명한 목적성이 있다보니 저자의 의도를 생각해가며 편협된 주장을 펼치고 있는 논리에 빠져서는 안될 것이고 주관을 지켜가며 읽어야 할 것이다.
저자가 4편에서 한국의 경제발전 이야기를 쓴다고 하니 과연 한국인들에게 어떤 새로운 음모론을 제시할지 그리고 그 파장이 어디까지 일지 벌써부터 심히 걱정이 되는 바이다. 이 저자의 말을 모두 진실로 믿고 혼란에나 빠지지 않을 지 말이다.
새로운 시각을 알려주고 있지만 그만큼 오류에 빠지기 쉽게 만들어 놓은 책, 하지만 읽는데는 어렵지 않고 소설책 처럼 흥미로운 책, 그래서 난 이 책을 픽션으로 생각하고 읽고 그 가운데에서 교훈점을 찾으라고 권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번역자 홍순도 님을 만나뵌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책을 통해 다시 만나니 너무나 반가웠다. 책 잘 읽었다고 전화하고 소주나 한잔 같이 하자고 청해봐야 겠다.
www.wece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