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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 - 350년 동안 세상을 지배한 메디치 이야기
김상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평점 :
한 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를 읽으면서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없을까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은 중세말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활동하던 메디치 가문의 흥망성쇠를 통해 그들의 성공의 비결과 쇠락의 원인을 규명하고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배워야 할 것을 연구한 책이다.
책은 컬러인쇄가 되어있는데 책 중간 중간에 나오는 현장사진과 미술작품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선택으로 책값이 비싼 원인이 되었지만,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가장 효과적인 선택이었다.
사실 메디치 가문의 이야기는 단편적으로는 들어봤는데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이들이 모두 한 가문이었고 르네상스를 열었던 천재적인 예술가와 철학가들이 메디치 가문의 후원으로 성장하였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책을 읽는 내내 르네상스를 열게 만든 메디치가를 이끈 가주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얘기가 흥미진진하고, 정치인들이 서울시 무상급식을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와중에 읽어서인지 우리에게 과연 조반니, 코시모, 로렌초와 같은 리더가 있는 것인지 심각하게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책의 저자는 풍부한 지식과 현장답사를 통해 얻은 지식을 하나의 주제를 정해 소제목별로 엮어서 이야기하고 있어 유럽사에 약한 독자들에게 유럽사에 대한 지식과 흥미를 느끼게 해주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단점은 소제목을 정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시대순이 뒤죽박죽 섞여 있고, 같은 말이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인데 책을 읽고 나서 시대순으로 가문의 흥망사가 잘 정돈되지 않게 말들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이 책이 메디치가의 이야기가 아닌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는 점인데, 역사를 기술한 역사책인지 자기계발서인지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차라리 저자의 견해는 줄이고 역사 고증을 더 철저히하여 생생한 역사책으로 만들었다면 완독후에 느끼는 감동이 더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로마인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 사실 로마인 이야기는 시저편까지 밖에 읽지 않았지만 - 나 자신 상황과 현재의 정치현실에 맞게 느껴지는 것이 다른데 이는 저자의 사견은 최소화하고 당시의 상황을 좀 구체적으로 실감나게 전개했기 때문으로 생각되는데, 이 책은 중간 중간 작자의 해설이 들어가 독자가 무언가를 느끼기 전에 작자의 감상을 강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점은 사소한 것일 뿐이고, 이 책은 그 동안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메디치 가문에 대해 잘 소개해 주고 있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어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책임에는 틀림없다. 괜히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갑자기 피렌체에 가고 싶어졌다. 거기서 우피치 미술관을 관람하게 된다면 더 많은 것을 얻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드니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꼭 데리고 가야겠다.
ps. 이책을 읽고 나니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읽고 싶어졌다. 사실 이거 시험문제나 퀴즈프로에 자주 나오는 책이지만 읽어보지는 못 했는데, 군주론을 읽고 나서 카테리나와 관련된 책을 구해서 본다면 당시의 시대상을 이해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런데 카테리나에 대한 책이 국내에 출간된 것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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