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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처럼 이끌고 공자처럼 행하라 - 세상이 바라는 무위와 유위의 리더십
후웨이홍.왕따하이 지음, 최인애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요즘 현대중국서적들의 번역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것은 중국어를 전공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학창시절 읽었던 중국서적은 삼국지연의나 손자병법, 김용소설 같은 역사나 무협물이 대세였지 현대 중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책은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쏟아져 나오는 중국의 출판물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또 원문도 구해서 보고 있다.
아직 중국의 소설류는 한국인의 감성과 맞지 않는 것이 많아 인기가 없고, 그 대신 고전류를 재해석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는 것 같다. 이 책 '노자처럼..공자처럼...'도 그런 시류에 맞게 기획된 것으로 생각한다.
원제목은 "跟老子学无为领导 跟孔子学有为管理 "로 노자에게 무위리더십을 배우고, 공자에게 유위 관리법을 배운다라는 의미일까? 노자의 무위사상에 대비해 공자를 유위로 하고 리더가 갖추어야할 덕목과 조직 관리기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 책 제목의 번역은 정말 잘 한 것 같다. 원제목이 너무 딱딱하고 잘 이해가 안간다.
책이 상당히 두껍다. 5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에 고급 양장본으로 되어있어 서가에 꽂아 놓으면 한 품격 하는데 도움이 될 정도다. 중국책의 두께에 비해 배가 넘는 분량이다. 이는 한국말이 중국어보다 길어지는 특성이 있고, 논어와 도덕경에 나오는 글귀를 원문에서는 해석없이 표기한 반면 한글판에서는 일일이 해석을 달다보니 분량이 더욱 늘어날수 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책의 발상은 제법 신선하다. 도덕경과 논어를 리더십과 조직관리 측면에서 바라보았다는 것이 그것인데 해석에 있어 논란의 여지는 좀 있을 것 같지만 고문해석에 대한 새로운 발상의 전환으로 넘어갔다. 고전의 한 귀절을 놓고 과거 역사와 현대 속에서 그 사례를 찾아 설명하고 있어 철학적 사고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道可道,非常道。名可名,非常名。无名,天地之始;有名,万物之母。(《道德经》第1章)
이 귀절은 몇 시간을 강의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적 사상을 담고 있는 도덕경의 명구 중에 하나인데 이것을 아주 단순화해서 설명하는 방식이다.
즉, 이 책을 고전 철학을 강의하는 책으로 생각하고 읽지는 말라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자기계발서류의 책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지 모르겠다.
한자와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게는 어려운 한자가 많이 나오지만 친절히 한글해석을 달았고, 책 뒤에는 부록으로 인용된 도덕경과 논어의 구절들을 따로 모아놓았다. 음 사실 이것만 반만 외워도 중국가서 유식자층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도덕경과 논어를 리더십으로 풀어낸 발상은 좋았지만, 기존에 출간된 자기계발서 책에서 언급했던 내용과 별다른 차별점을 끌어내지 못한것이 이 책의 단점이다.
물론 이 단점은 이 책만은 아니다. 중국에서 고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다른 책들을 읽어보면 이미 20여년전 한국과 일본에서 나왔던 책들의 재탕이 아닐까 의심되는 경우가 많은데, 유교사상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중국이 개혁개방이후 공자등의 고전철학이 부각되면서 중국인들에게는 새롭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겠지만 나에게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채 단순히 고급중국어 교재용으로 전락하곤 한다.
책 분량에 비해서 읽는 속도는 제법 빨리 나오는 부류이니 책 두께에 겁먹지는 마시고, 중국철학을 대표하는 두 고전을 현대적 의미에서 가볍게 읽기를 원한다면 추천하는 바이다.
상당히 좋은 문장이 가득한 책이지만, 동양고전을 너무 단순화하여 자칫 잘못된 오해를 일으킬 수 있고 자기수양의 철학을 리더에게로 국한지어 해석한 면이 맘에 안 들어 별은 4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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