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두 번째 이야기다. 첫 번째 책이 있었다는 소리겠지만 난 그것을 요약본으로만 접했지 전권을 읽지는 못했다. 요약본을 보곤 미쳐야 산다던가 서점가에 가면 이런 종류의 책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서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다고 생각해서 책을 사보지는 않았다. 아웃라이어의 1만 시간 투자이론에 빠져 있던 때였으니 더욱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러다가 이번에 그 두번째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몰입 두 번째 이야기는 과학자의 시각에서 몰입을 설명하며 저자에게 의뢰 들어왔던 상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얻은 사례를 위주로 이루어져 있다. 여러종류의 몰입의 사례들이 나오다 보니 나 자신의 상황과 비교하여 이론으로만 알던것과 다르게 더 심도 있게 몰입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다.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건 과거 내가 했던 행동들이 몰입이었다는 사실이었다. 군을 제대하고 복학을 기다리던 시절 새벽에 집을 나와 중국어 새벽강좌를 듣고 도서관 어학실에 들어가 하루 여덟시간을 공부하고 다시 집에서는 홍콩 위성방송을 보며 지냈던 반년...그 6개월동안 난 정말 중국어 하나만을 했던 것 같다. 노래를 들어도 중국노래, 드라마도 중국어로 된 일본드라마, 밤에 잠을 잘 때도 중국어 방송을 밤새 틀어놓고 중국어 사전을 베개삼아 잠들곤 했다. 군대 3년동안 공부가 너무나 하고 싶었고 그래서 제대 후에 정말 미친듯이 공부만 했던 시절....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장시간 몰입을 했던 순간이었다. 단기 몰입의 사례는 제법 되는 것 같다. 시험을 앞두고 보지도 않던 책의 내용을 반나절만에 달달 외웠던 경험도 있고, 작년 여름 어려운 업무를 받고 며칠간 단기 몰입의 과정을 통해 발상의 전환을 이뤄 해법을 찾은 경험도 있었다. 이런 경험을 떠올리다 보니 저자의 말 하나 하나가 사례 하나 하나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당장 독서에서 몰입하는 간단한 실험을 해보았다. 300페이지 분량의 책을 들고 에어컨이 잘 나오는 커피숍 푹신한 쇼파에 앉아 좋아하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읽기 시작했다. 읽다가 졸리면 잠깐 졸기까지 하면서... 책을 다 읽은 시간은 단 두시간.. 소설책이 아니고 실용서여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눈으로 재빨리 흝어보며 읽은 결과였고 대단히 만족스러운 체험이었다. 책의 내용중에 중요한 것들이 머리 속에 다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일요일엔 책 한권을 들고 동네 커피숍에 들어가 커피 한잔을 하며 책을 읽을 생각이다. 몰입 독서법을 사용하면 책 읽을 시간이 없나는 것이 한낱 핑계에 지나지 않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으며 사무실의 말단이 왜 문제해결을 잘 못하는지에 대한 메카니즘을 이해했다는 것도 하나의 소득이었음을 밝힌다. 부서의 말단은 몰입하여 생각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일만하게 되니 당연히 시야도 좁고 문제해결도 잘 못하게 되는 것이었음을 말이다. 그래서 이제 하루에 삼심분 만이라도 문제해결을 위해 높은 사람들처럼 몰입하는 습관도 기를 생각이다. 삶의 방식을 바꿔줄 수 있는 소중한 책이므로 평점은 당연히 별 다섯개다. www.wece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