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배신 - 긍정적 사고는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시리즈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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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책은 긍정의 배신이다. 제목이 굉장히 거창하게 잘 뽑혀져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봤다. 하지만 "누군가 이런 책을 써 주길 평생 기다렸다"(뉴욕타임스), "바버라 에런라이크! 이 저자의 다른 책들을 다 찾아 읽고 싶다"(황인숙 시인)의 광고문구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별다른 감동을 주지 못하는 그저 그런 이야기에 불과했다.




사실 책에 담긴 내용이 나쁘다거나 저자가 제기하는 문제가 말도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난 중용의 기본 사상을 인생의 신조로 삼고 있다. '과유불급'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보다 오히려 못하다고 생각한다. 긍정적 사고가 지나치면 위험을 보고도 못 보고 지나갈 수 있고, 점차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에는 동감이다.




그런데, 이 책은 첫장부터 끝까지 긍정적 사고방식을 전파하는 미국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과 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이론적 허구성에 대해서 너무 자세히 - 솔직히 한국에서 특히나 교회를 다니지 않는 - 나로서는  이해하지 못 할 내용에 대해 그 기원과 역사에 대해 설명하느라 너무나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데 반해, 이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서는 책의 말미에서 단 한 문장에만 나타나 있다.

 

저자가 마틴 셀리그먼이라는 긍정심리학의 창시자를 찾아가 인터뷰하는 장면(p.214)은 내가 이 저자의 집필 방식에 회의적인 태도를 갖게 만들기 충분했다. 다른 사람과의 인터뷰 인용에는 그 사람의 발언만을 언급했던 것과 달리 셀리그먼에 대해서는 만나는 과정에 대해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웃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전화를 받으며 앉으라고 권하지도 않고, 갑자기 모네 미술관에 데려가고 등등 독자로 하여금 이 심리학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만들려고 의도한 것이 느껴졌다.

 

난 이런 기법을 써 본적이 있다, 피해자가 명백히 범인이라고 지목하고, 직관상(?) - 저자가 제일 싫어하는 단어인 듯 -범죄를 저지른 것은 확실한데 초동수사에서 마땅히 구속수사를 진행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 했을 때 말이다. 용의자가 수사관의 질문에 어떻게 머뭇거렸고 갑자기 담배를 달라고 했다는 둥 특정 질문이나 단어에 갑자기 당황하며 눈동자를 좌우로 굴리며 답했다는 둥 진술을 번복하며 아까 한 진술을 취소해 달라 요청했다는 등 구체적인 내용까지 모두 심문조서에 기록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이렇게 작성된 조서는 검사와 판사에게 용의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심리적 확신을 제공하여 무난히 구속수사가 진행되도록 해주었다.

 

셀리그먼은 후에 또 등장한다. 긍정심리학회 모임에서 긍정심리학을 포기한다는 발언을 하였다는 것이다. 마치 그가 수년간 연구했던 그 모든 것이 거짓인 것처럼 만들어 버렸다. 난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른다. 긍정심리학이라는 학문이 실제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있다. 다만 학자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자신의 주장에 고집스러운지는 잘 알고 있고, 자신이 수 년간 행해온 연구가 잘못 되었다고 공공장소에서 발표한 학자가 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셀리그먼이 어떤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인지에 대한 자기 변론이 빠진 상황에서 저자 일방이 작성한 문장만을 보고 당시 상황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책 내용 곳곳에 그런 무리한 표현들이 난무한다.-크리스천 사이언스 창시자의 과거경력과 목사 오스웰의 부인 빅토리아가 입은 옷과 표정 등-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긍정적인 사고 방식을 전파하는 모든 사람들이 때로는 협잡꾼인 것처럼 사기꾼인 것처럼, 그리고 사이비 교주처럼 생각되어 진다. 

 

요즘 한국에도 각종 코치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 분들이 이 책을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상당한 논란거리를 가진 책임에 틀림없다. 책에 쓰인 자료는 한국에선 쉽게 접할 수 없는 자료였고 저자의 악의적인 저작 방법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일상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 부분도 있고, 내게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준 점에 대해 평점은 별 4개로 하려고 했다.

 

하지만 한명숙 전 총리의 추천사를 읽다가 한심해서 별 2개를 주려다가 간신히 마음을 추스리고 별 3개로 수정했다.

- 이건 명백히 출판사와 한명숙의 문제이지 저자의 잘못은 아니지만-

 

이게 정치인이라는 직업병의 한 종류일지도 모르지만, 긍정을 언급하는 현 정권을 비판하는 도구로서 추천사를 사용하다니 책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난 경제위기때 다니던 기업이 무너지며 실업자에 각종 험한 일을 다 하면서 힘든 3년을 보냈다. 해외 공사현장에 취업했다가 진도 7이 넘는 지진에 죽음의 위기를 겪고 한달넘게 계속되는 여진에 신경쇄약 증상이 생기기도 했다. 그 때 나를 지탱했던것은 내일은 더 좋은 날이 될거야라는 긍정적인 생각이었다.

 

마지막으로 한 총리에게 한 마디하고 싶다. (일부 국민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민들이 IMF로 허덕일 때 당시 정권을 책임지던 김대중 대통령이 했던 말이 우리는 극복할 수 있다였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구조조정을 견뎌내면 더 좋은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는 거였다.

 

www.wece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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