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젊은 날의 숲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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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도하를 읽고 난지 꼬박 1년이 되었을까, 김훈 작가의 새로운 신작 출간 소식에 반가움 전에 놀라움이 일었다. 벌써, 라는 생각과 함께 반가운 마음도.

극의 초반부터 등장하는 주인공 조연주와 그 가족에 대한 서술들은 이상하리만치 일상적으로 다가왔다. 마치 주변의 가까운 누군가가 그런 일을 겪고 있는 냥, 친숙하게 느껴졌다. 
 


그 젊은 날의 숲에서 주인공은 상대에 대한 어떤 깊은 관계도 유지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존재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자신을 통해 상대를 독자인 우리에게 비추어준다. 나는 이 주인공을 통해 젊은 날의 그 숲에 존재하는 모든 것과 소통하는 듯 했고 극의 중반부터는, 살아 숨쉬는 식물들을 마주하고 있는 듯한 신선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꽃잎과 풀잎과 열매들은 저마다 가진색을 찬란히 빛내며 내 주위를 가득 메워주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주인공과 소통하기를 바랬던 엄마는 끝끝내 안타까움의 대상으로 남았다. 나는 이 책을 다 읽도록 엄마의 마음은 알 수 없다. 제일 많은 직설적인 말들을 내 뱉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작 엄마의 생각과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모든 생물과 사람과 풍경과 그들의 관계. 

그 서먹한 속에 덤덤한 희망을 느끼면서,
한 권의 책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는 것에, 이 겨울의 추위가 어린 시절의 그 날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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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3 - 10月-12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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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3권이 나올거라는 기사를 접했을 때, 마음속에서 알지 못할 묘한 승리감이 일었다.
역시. 하루키는 독자를 배신하지 않고 덴고와 아오마메의 뒷이야기에 대해 친절히 그리고 더 깊숙이 말하고 싶을 거라고 늘 생각해왔으니까.

2권에서 아오마메가 죽음을 선택하며 끝이 맺어진 만큼, 그녀의 생사 여부가 제일 궁금했었고 예상대로 살아 있었다. 그것도 새로운 생명과 하나가 되어.

3권을 읽는 동안, 아오마메와 함께 고엔지의 그 곳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었다.
그리고 집요한 NHK의 수금원이 등장할 때에는 나또한 숨을 죽이며 어딘가로 숨어들고 싶었다. 그것이 현실로서 생생했으며, 현재로 인식되었다.
두 개의 달, 그것은 아오마메와 덴고를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들의 재회를 알게 되었을 때는 내 마음속에서도 사랑의 감정이 느껴졌다.
소년과 소녀가 이십년이 지나도록 서로를 느끼며 갈구해온 것이 너무나 신기하고 눈물겨웠다. 
  

그리고 그들이 존재하는 세계가 가상인지 현실인지도 모른 채로 함께 의심하고 함께 믿으며 읽을 수 있었다는 것에 놀라움을 느꼈는데, 실제 내가 이 책을 읽는 동안 정신적인 환각상태를 보인 듯 하다. 얼마전 ‘인셉션’이라는 영화를 보았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다.
보는 내내 그리고 끝난 후에도, 어떤 것이 진짜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 구분할 수 없는 혼돈의 상태가 이어졌다.
1Q84의 세계 또한 나에게 끊임없는 혼돈을 준다. 그 혼돈 속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것에 만족한다.

둘은 1Q84의 세계를 비로소 빠져나와 1984년 현실로 돌아오지만, 그 곳에는 더 거대한 것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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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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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블로그 연재를 통해서 <살인 당나귀>라는 작품을 처음 접했었다.

그 후 <은교>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재탄생 된 박범신 작가의 장편소설.

자신을 미쳤다고 칭하며 한 달 반 만에 썼다는 이 소설에 빠져, 한동안 여고생만 보아도, 눈빛에 힘이 실린 노인만 보아도, 쌍꺼풀이 진한 삼십대 남자만 보아도, 머릿속이 물렁해 지며 이면의 사생활이 궁금해지곤 했었다. 마음대로 그들의 것을 상상해보는 것이었다.

마치 은교 같을까, 마치 이적요 같을까, 마치 서지우 같을까, 마치 그들 같을까 하며.


<은교>를 끝까지 다 읽어갈 때 까지, 내 안의 은교는 이적요의 은교와 마찬가지고 여리고 투명하며 한 없이 아름다운 존재였다. 그녀와 서지우의 관계하는 장면을 2층 창문을 통해 훔쳐보면서 까지도, 관능적이고 여자인 은교의 그 모습을 보면서 까지도 그녀의 투명함을 믿으려하는 늙은 이적요의 모습에 적잖은 아픔을 느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알게 되었다.

은교는 그저 향기 없는 꽃에 불과했으며, 별과 달이 존재하지 않은 밤하늘이었음을.

꺾어 소유하지 못 했기에 향기가 없는지 알 수 없었으며, 감힌 올려다 볼 수 없었기에 별과 달이 없는 그저 적막뿐인 밤하늘이었다는 것을, 이적요는 알지 못했다. 불행히도.


서지우와 은교의 은밀한 관계를 목격하게 된 이적요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의 살인 당나귀를 이용해 서지우를 죽음의 길로 인도한다. 자신을 죽이려는 것을 알아버린 서지우 또한 그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물로 죽음을 받아들인다.


파멸이다.


은교를 사이에 둔 스승과 제자의 갈등은 서로를 파멸로 이끌며 극단의 비극을 부른다.

그들이 파멸로 치닫는 사이, 은교는 오히려 보호받는다. 경쟁적인 스승과 제자의 달콤한 애정을 번갈아 받아가며, 풍요롭지 못한 정신을 살찌운다. 그것이 전부이다. 그것이 스승과 제자를 파멸로 이끌게 한 일등공신 은교의 원래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 소설의 특별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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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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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도 않게 여름에 찾아온 선물, 제목이 살짝 서늘하기도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_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뭘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뭘까.

괜한 호기심에 불을 지피는 제목과 김영하라는 보증수표 작가의 조합, 요 여름 정말 신이 나게 읽은 책이다. 거기다 단편집이니, 하나의 단편이 끝날 때 마다 찾아오는 그 황당함과 신기함과 놀람의 퍼레이드가 연속해서 펼쳐지는 바, 너무 GOOD이었다! (살짝 황홀!!)


이 책의 문장을 눈으로 쫓으면서도, 머릿 속은 또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를 읽던 날의 격했던 희열을 회상하고 있었고, 책장을 넘기는 손의 속도가 빨라지매, 점점 줄어들어가는 남은 페이지가 아쉬워지매, 그랬다.


특히 좋았던 단편을 뽑자면, <악어>, <아이스크림>, <퀴즈쇼>가 되겠다.
<악어>는, 하고 그 스토리를 이야기해버리면 김새려나. 그냥, 한 번 읽어보세요.
<아이스크림>은, 하고 그 재미를 논하자면 김새려나? 이것도 그냥 읽어보시는게 빨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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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는, 하고 말하기 전에, 그 장편 <퀴즈쇼>, 아닙니다.

‘이것은 타락에 관한 이야기다.’

<조>라는 단편도 참 재미있게 읽었다.
조는 경찰, 정은 백화점 시계매장의 판매원이다.
조는 백화점의 좀도둑들이 훔친 물건을 빼앗아 소유하는 타락한 경찰이며, 정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있다. 그리고 점점 조는 타락한다.


 조는 후회하지도, 반성하지도 않는다. 대신 오래 전 영화관에서 마주친 구절을 조용히 읊조린다. ‘이것은 타락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자 구치소가 어두운 극장처럼 느껴졌다. 조는 천천히 눈을 감는다. 아름다운 정이 낚시용품점 사장과 함께 피크닉을 떠나는 모습이 보인다. 바람난 여교수가 딸과 함께 옷을 사러 의류매장을 돌아다니는 모습도 정겹다. 구두매장의 김은 남자친구를 찾아 홍콩으로 떠나고 클리니크의 김은 베네통의 모델이 되어 국제공항 로비에 전시된다. 그러나 조가 눈을 뜨자 모든 것이 허공 속으로 사라진다. ( p. 193)



언제나 내 예상을 빗겨나간 결말이 찾아온다. 이번에도 열두 번 중에 열 번은 그랬다.

글의 말미에서, ‘아차’하며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드는 것, 이것이 김영하 작가의 글을 끊을 수 없게 만드는 마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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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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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만 읽어도 뭔가 느껴지네요. 빨리 읽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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