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뜻하지도 않게 여름에 찾아온 선물, 제목이 살짝 서늘하기도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_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뭘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뭘까.
괜한 호기심에 불을 지피는 제목과 김영하라는 보증수표 작가의 조합, 요 여름 정말 신이 나게 읽은 책이다. 거기다 단편집이니, 하나의 단편이 끝날 때 마다 찾아오는 그 황당함과 신기함과 놀람의 퍼레이드가 연속해서 펼쳐지는 바, 너무 GOOD이었다! (살짝 황홀!!)
이 책의 문장을 눈으로 쫓으면서도, 머릿 속은 또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를 읽던 날의 격했던 희열을 회상하고 있었고, 책장을 넘기는 손의 속도가 빨라지매, 점점 줄어들어가는 남은 페이지가 아쉬워지매, 그랬다.
특히 좋았던 단편을 뽑자면, <악어>, <아이스크림>, <퀴즈쇼>가 되겠다.
<악어>는, 하고 그 스토리를 이야기해버리면 김새려나. 그냥, 한 번 읽어보세요.
<아이스크림>은, 하고 그 재미를 논하자면 김새려나? 이것도 그냥 읽어보시는게 빨라요.
.
.
.
<퀴즈쇼>는, 하고 말하기 전에, 그 장편 <퀴즈쇼>, 아닙니다.
‘이것은 타락에 관한 이야기다.’
<조>라는 단편도 참 재미있게 읽었다.
조는 경찰, 정은 백화점 시계매장의 판매원이다.
조는 백화점의 좀도둑들이 훔친 물건을 빼앗아 소유하는 타락한 경찰이며, 정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있다. 그리고 점점 조는 타락한다.
조는 후회하지도, 반성하지도 않는다. 대신 오래 전 영화관에서 마주친 구절을 조용히 읊조린다. ‘이것은 타락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자 구치소가 어두운 극장처럼 느껴졌다. 조는 천천히 눈을 감는다. 아름다운 정이 낚시용품점 사장과 함께 피크닉을 떠나는 모습이 보인다. 바람난 여교수가 딸과 함께 옷을 사러 의류매장을 돌아다니는 모습도 정겹다. 구두매장의 김은 남자친구를 찾아 홍콩으로 떠나고 클리니크의 김은 베네통의 모델이 되어 국제공항 로비에 전시된다. 그러나 조가 눈을 뜨자 모든 것이 허공 속으로 사라진다. ( p. 193)
언제나 내 예상을 빗겨나간 결말이 찾아온다. 이번에도 열두 번 중에 열 번은 그랬다.
글의 말미에서, ‘아차’하며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드는 것, 이것이 김영하 작가의 글을 끊을 수 없게 만드는 마약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