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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젊은 날의 숲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공무도하를 읽고 난지 꼬박 1년이 되었을까, 김훈 작가의 새로운 신작 출간 소식에 반가움 전에 놀라움이 일었다. 벌써, 라는 생각과 함께 반가운 마음도.
극의 초반부터 등장하는 주인공 조연주와 그 가족에 대한 서술들은 이상하리만치 일상적으로 다가왔다. 마치 주변의 가까운 누군가가 그런 일을 겪고 있는 냥, 친숙하게 느껴졌다.
그 젊은 날의 숲에서 주인공은 상대에 대한 어떤 깊은 관계도 유지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존재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자신을 통해 상대를 독자인 우리에게 비추어준다. 나는 이 주인공을 통해 젊은 날의 그 숲에 존재하는 모든 것과 소통하는 듯 했고 극의 중반부터는, 살아 숨쉬는 식물들을 마주하고 있는 듯한 신선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꽃잎과 풀잎과 열매들은 저마다 가진색을 찬란히 빛내며 내 주위를 가득 메워주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주인공과 소통하기를 바랬던 엄마는 끝끝내 안타까움의 대상으로 남았다. 나는 이 책을 다 읽도록 엄마의 마음은 알 수 없다. 제일 많은 직설적인 말들을 내 뱉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작 엄마의 생각과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모든 생물과 사람과 풍경과 그들의 관계.
그 서먹한 속에 덤덤한 희망을 느끼면서,
한 권의 책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는 것에, 이 겨울의 추위가 어린 시절의 그 날처럼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