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퇴근할 수 없다면
밥벌이의 우주에 존재하는
괴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예전에는 헤어진다는 것이 
이런 의미가 아니었어. 
적어도 그때는 같은 하늘 아래 있었지.
같은 행성 위에서
같은대기를 공유했단 말일세. 
하지만 지금은 심지어 
같은 우주조차 아니야.
내 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수십 년 동안 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네.

그래도 당신들은 
같은 우주안에 있는 것이라고
그 사실을 위안 삼으라고.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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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책을 서점에서
더 빨리 만날 수 있게 된 후부터
뜸해진 발걸음이건만

읽고 있고 있자니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책도 있다.

도서관에 그리 오래 있진 않았다. 아침에 동네 산책을 한 셈 치면 되는 정도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날은 종일 바빴다. 정신없이 일정을 소화한 후 한밤중이 되었는데, 그날은 잠시 멋진 바다도 보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었건만 이상하게 오후나 도서관이 떠올랐다.
왜 그랬을까?

이 도서관은 사람으로 치자면 출중한 외모도 아니고 젊은 나이도 아니고, 두드러진 능력도 없는 이 같아 보였다. 그렇지만 묵묵히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면서 사랑을 받는 사람에게서 엿볼 수 있는 온기가 느껴졌달까. 가구로 친다면 작고 낡아서 눈에 띄진 않지만 오랫동안 아끼며 써서 잘 길들여진 의자 같았다. 누구나 가끔 엉덩이 붙이고 앉아 쉬어도 되는 의자 같은 느낌.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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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레시피가
영혼이라는 조미료를 만날 때
재료는 요리로
다시 태어나는 법이다.

인생 또한 삶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영혼이 필요하다.

아침밥 차려두고 와서 쓰기

요리를 할 때면 마음에서 
우러나온 무언가가 직원들에게 
전달되고 그것이 음식으로
그리고 음식을 먹는 사람에게로 
전해진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든 음식을 맛본 사람이 
미소를 지으면 하루를 버틸 힘이 생긴다.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의음식이 
영혼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음식이 먹는 이들의 몸은 물론 
영혼에도 보탬이 되길 바라며
그런 마음을 담아 요리한다.
요리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태도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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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광장에 한 표

처음으로 연속물 책을 읽은 것은 사토 사토루 씨의 아무도 모르는 작은 나라 시리즈였다. 한 청년과 코로보쿠루 들의 이야기로 초등학생 때 친척이 사줘 정신없이 읽었다. 아마 네다섯 권짜리였던 거로 기억한다.

중학교 시절에는 책을 별로 읽지 않았다. 조금은 읽었을테지만, 생각이 나지 않는다. 창가의 토토 를 읽고 감동한 것은 기억난다.
고등학생 때, 문득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를 읽고 싶어져서 아버지에게 사달라고 부탁했더니, 아버지는 자주 가는 헌책방에서 사다주었다. 사춘기인 나는 조금 결벽증이 있어써 헌책방에서 사다주었다. 사춘기인 나는 조금 결벽증이 있어서 헌책을 만지기가 싫었다.
그러나 기껏 사다주엇는데 읽지 않기도 그래서 마지못해 책을 펼쳤는데, 이게 너무 재미있는 것이다. 문고본은 어른이 읽는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익숙해저서 몇번이고 다시 읽었다, 헌책이라는 사실도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생 때는 수업중에 아카가와 지로의 추리소설을 읽는 것이 유행해서, 친구들이 모두 돌려가며 읽었다. 이 사람이 범인 이라고 누군가가 도중에 낙서를 해놓아 웃기도 했다.

톰 소여의 모험도 빨간 머리 앤도 스무 살 전후에 읽고 아주 좋아하게 되었다. 톰 소여의 모험은 지금도 좋아하는 부분을 종종 읽는다. 톰의 아주머니가 사실은 톰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혼자 몰래 기뻐서 우는 장면, 나는 이 부분에서 매번 운다.

책이란 건 참 좋다. 책은 언제라도 자신만의 비밀의 광장으로 데려다 준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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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걸으면서 하는 독서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

오늘 하루
여행은

여기에서
행복하기

에리체의 기슭에 안개라도 끼면 
애니메이션 속의 라퓨타와 
영락없이 똑같을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에리체를 
방문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그랬다면 반드시 좋아했을 것이다

그가 창립한 지브리 스튜디오의 
지브리 Shibli 라는 말은 ‘사하라
사막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이란 
뜻의 리비아어다

똑같은 바람을 이탈리아어로는 
시로코 sirocco 라 부른다

지브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하라사마 일대에서 활동하던 
이탈리아 정찰기들의 별명이기도했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두번째 작품이 
바로 1986년에 발표된
천공의 성 라퓨타 다

어쨌든 이 지브리라는 이름에는 
그가 좋아하는 세 가지가 모두 들어 있다. 
바로 지중해와 비행기, 그리고 바람이다

미야자키 감독의 이런 취향은 
전쟁의 참혹함을 증오해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돼지로 변해버린 후 
지중해의 무인도에서 
홀로 살아가는 비행기 조종사 
얘기를 담은 붉은 돼지 로도 이어진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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