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근을 바로 나아가는 덕분에
오늘의 시 하나 건져두고 가는 아침
잘 모르는 오늘이더라도
시같은 하루 되길

엔트로피 길들이기

내가 밤늦게 귀가하면 그것은
매번 다른 귀퉁이에 웅크려 곤히 잠들어 있다

나는 그것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내 방엔 참 오묘한 꼭짓점들이 많이 있구나

그것은 잠에서 일어나자마자 나에게
아니오 라고 말한다

그러면 나는 방 밖으로 나가 아내에게
아니오 라고 말한다
아내가 뭔 소리냐 물으면
어젯밤 이상한 책을 읽었다고 답한다

그것은 책이 아니다
어느 날 아침 창문으로 들어왔기에

그것은 빛이 아니다
오후에 창문을 들락거리며
방이 지정한 부피의 할당량을 채우지 않기에

그것은 소망이 아니다
새벽에 방바닥에 엎드려 울부짖지 않기에

그것은 열정이 아니다
휴일에 내가 음악을 듣다
갑자기 일어서서
반드시 소설을 쓸 거야 외치면
내게 경멸 조의 시선을 던지기에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처음에는 알았던 것 같다
내 방에 우연히 날아든
작은 새였던 같다
나는 새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넌 참 오묘하게 생겼구나

그것은 새가 아니다
그 새를 두 번 다시 보지 못했기에

나는 그것에게 따지듯 묻는다
도대체 내 방에서
무엇을 원하는 거냐고

그러면 그것은 아이처럼 훌쩍거리며
방 전체로 번져간다
한 방울의 잉크가 물속에
골고루 퍼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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