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밤대로 좋았고
낮은 낮대로 좋았다
비오는 날도 좋았고
맑은 날도 좋았다
모든 날들은
지나갔기에 좋은 날이었다

좋은 밤
밤이 올 때까지 밤에 대한 책을 읽는다
책장을 덮으면 밤은 이미 문지방 너머에 도착해 있다
얼마나 많은 동굴을 섭렵해야 저토록 검고 거대한 눈이 생기는가
매번 다른 사투리로 맞이하는 밤 밤은 날마다 고향이 달랐다
밤이 왔다 밤의 시계는 매초마다 문잠그는 소리를 낸다
나를 끌고 고독 속으로 들어간다
낮의 일을 떠올린다 노인은 물속에 묻히고 싶다며
자전거를 끌고 연꽃 속으로 들어갔다
노인은 눈물을 흘렸다 아이들은 살 수 있었다고 최고의 악동은 살아남는다고 지구 어딘가에서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이 반드시 만날 거라고
밤의 배 속에서 돌들이 식는다 나의 차가운 혀도 뜨거운 무언가를 삼키리라
낮엔 젊었고 밤엔 늙었다 낮에 노인을 만났고 밤에 그 노인이 됐다
밤은 날마다 좋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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