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버린 영수증
다시 주워

구겨진 주름
하나하나 펴는
수려한 마음으로

마치 죽음을 코앞에 두고서야
인생의 아름다움을 뒤늦게 깨닫는 사람들처럼 내가 느끼는 아름다움이라는 것도 그렇게 회한을 연료 삼은 감정일 뿐일 수 있다.

정말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이정도로 호들갑스럽게 감격할 만큼 서울은 충분히 아름다운 도시가 아닐지도 모른다. 상관없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서울이 그래서 과연 실제로 얼마큼 아름다운지가 아니다.

나는 서울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나에게 주목하고 있다. 서울에 올 때마다, 그래서 서울의 여기저기를 기웃거릴 때마다 내가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서른네 살이 되도록 살았다 는 간단하게 뭉뚱그려진 사실 하나가 조금씩 조금씩 자세하고 분명해지고 있다.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해서 꼬깃꼬깃 구겨버렸던 영수증을 다시 주워 구겨진 주름을 하나하나 펴는 기분이 든다.

멀고 수려한 섬에서 몇 년 살고 나서야 서울에서 내내 살았던 내 지난 삶을, 이 아무것도 아닌 시절을 아름답다 는 감정 아래에서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고 있다.

아름다움은 이토록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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