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무슨 책을 읽다가, 롬멜장군이 열차의 식당 칸에서 비프 커틀릿을 먹는 장면과 맞닥뜨린 적이 있다. 장면이라지만 특별히 상세한 정경묘사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예를 들면 ‘파리를 향하는 식당 칸 안에서 롬멜장군은 점심식사로 비프 커틀릿을 먹었다‘는 정도의 문장이 실려 있을 뿐이다. 게다가 딱히 비프 커틀릿에 얽힌 이야기도 아니다. 요컨데 롬멜장군이 비프 커틀릿을 먹었다는 단순한 이야기일 따름이다. 내가 어째서 이 별 볼 일 없는 문장을 잘 기억하고 있는가 하면 색깔의 조화가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우선 롬멜장군의 빳빳한 감색사지군복, 하얀 테이블 크로스, 막 튀겨낸 옅은 갈색의 비프 커틀릿, 버터에 가볍게 볶은 누들, 그리고 창 밖으로 펼쳐지는 북 프랑스의 푸르른 전원 풍경,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는지도 모르지만, 문장을 읽어나가며 퍼뜩퍼뜩 떠오르는 것이 그런 색깔들의 어울림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