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생을 주어질 삶이라는
터전으로 갈고 닦기 위해선
인간에게도 멸종이 필요하다

모든 당연하다 여겨온 일상들
당연하지 않음으로 바라보고

이 주어진 일상에
길들여져 있다간
물거품처럼 한순간
사라지고 말 것임을 알아차리고
대비하기 위해선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위기의식을 느끼는 정도의 멸종이 아닌
의도적인 대멸종이
반드시 필요하다

멸종에는 일상적 멸종과 대멸종이 있다. 일상적 멸종은 생태계를 어떤 위험에 빠트리지 않는다. 한두 종이 멸종되어도 생태계에는 별 탈이 없다. 얼마 동안의 시간이 지나면 그 자리에 다시 새로운 생명이 채워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태계의 빈 틈새를 새로운 종이 채우기도 전에 또 다른 틈새들이 자꾸 생길 정도로 멸종의 속도가 빠르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먹이 그물이 붕괴되면서 결국 모든 종이 위기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해서 대멸종이 일어난다. 멸종이 빈자리를 몇 개 만들어서 새로운 생명이 등장하게 하는 기회라면 대멸종은 생태계를 거의 텅 빈 공간으로 만들어서 전혀 새로운 생명의 역사가 시작하는 대역사다.
지금까지 지구에는 다섯 차례의 대멸종이 있었고 대멸종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대기의 산성도가 높아졌고, 산소 농도가 덜어졌으며, 기온이 5~6도 정도 급격히 오르거나 떨어졌다.p.273

대멸종이 500년 뒤일지 1만 년 뒤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 몇 퍼센트의 생명이 사라질지도 짐작할 수 없다. 다만 지난 다섯 번의 대멸종을 돌이켜보면 최고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했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그런데 지금 인류세의 최고 포식자는 누구인가? 우리 인류다.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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