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고
내리고
가다보면
오다보면
여행은
여기서
행복하기
였음에
감사할 날들도
있겠지

산은 다른 산을 기대하게 했다. 모퉁이를 돌면, 정상에 서면, 다른 산이 보였다 저 산은 어디일까? 저 산의 이름은 뭘까? 저 산에 가고 싶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산들을 보면 가슴이 벅찼다. 그건 지금 이 순간 목표에 도달했다는 기쁨과는 또 다른 기쁨이었다 다음이 있다는 기쁨, 다른 산이 있다는 기쁨, 산이 있는 한 언제든 오를 수 있다는 기쁨, 문득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이 작은 점처럼 느껴졌다. 이 점을 계속해서 연결하고 싶었다. 더 많은 산에 오르고 싶었다. 더 높은 곳에 서고 싶었다. 30.p 내 의지를 따라 내가 원하는 길을 선택했다는 자신감, 어쩌면 산을 핑계로 일상으로부터 도망쳤다는 자괴감, 이 두 가지 극을 달리는 감정을 오고 가며 괴로울 때마다 나를 일으켜준 건 자기 자신과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어쩌면 나처럼 무언가를 포가하고 왔을지도 모를 사람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느리고 더뎌도 정확하고 분명한 보폭으로 자기만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동안 무너졌던 나의 자존도, 새로운 삶을 향한 의욕도 다시 차오르는 듯 했다. 37.p 애쓰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삶의 어느 부분과, 일상의 어느 시간과, 인생의 어느 구간을 내려놓지 않고서는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일들이 산에서는 쉬지 않고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내 마음이 끌리는 일들은 그런 일들이었다 그건 세상 속에서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이야기들이기도 했다. 그들의 정제되지 않은 거친 호흡과 날 것의 언어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랐다. 오직 산을 향해 열려 있는 그들의 열정과 애정이 계속해서 이 세상에 전해지기를 바랐다. 내가 그 열정과 애정을 전하고 싶었다. 51.p 내가 계획한 대로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계획 이상의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 모든 일이 예측한 대로 이뤄지지만은 않지만 내 예측보다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 성취와 성공보다 더 멋지고 감동적인 좌절과 실패가 있을 수 있는 것 또한 산에서 배웠다. 무엇보다 산은 해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 줬다. 59 그래서 산에서 답을 찾느냐고 묻는다면,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산에서 얻은 어떤 마음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반면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어서 그대로 덮어둔 경우도 많다 뭉쳐 있던 생각을 꺼내고 펼치는 것만으로 시원하고 후련한 감정이 든다면 그날의 산행은 성공이라 여긴다. 내 안의 나를 만난다는 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테니까. 112 산이 있어서 내가 가진 걸 잠시 내려놓고 쉴 수 있었다. 그리고 산이 있어서 삶의 어느 시기보다 열심히 살 수 있었다. 앞만 보고 달려온 걸음을 멈출 수 있었던 곳도 산이었다 생의 그 어느 순간보다 빠르게 달렸던 곳도 산이었다. 생의 그 어느 순간보다 빠르게 달렸던 곳도 산이었다. 산이기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고 산이기에 그러고 싶지 않았다 산으로 도망치고 싶었던 날들에 이어 산에서 도망치고 싶은 날들을 통과했다. 산에서 나는 기뻐했고 슬퍼했다. 사랑했고 미워했다. 그리고 그 모든 마음은 부정할 수 없는 내 것이었다. 고요하게 겸허하게 오르는 산이 좋다. 들뜬 나를 차갑게 하는 그 산이 좋다 하지만 치열하게 먕렬하게 오르는 산도 좋다. 처진 나를 뜨겁게 하는 그 산도 좋다. 처진 나를 뜨겁게 하는 그 산도 좋다. 내면을 향하는 산도 좋고 바깥과 소통하는 산도 좋다. 내면을 향하는 산도 좋고 바깥과 소통하는 산도 좋다. 두 개의 산을 오고 가며 나는 이제 서서히 나에게 편안한 페이스를 찾아가는 것 같다. 135 그러다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저 지금 내가 오를 수 있는 작고 낮은 산을 꾸준히 오르고 오르는 것이 바로 산 사람으로 사는 것 아닐까 하고 말이다. 작고 낮은 산부터 매일매일 오르고 오르다 보면 시간이 흘러 산이 나를 또다시 다른 산으로 연결해 주겠지, 다른 세상으로 데려다주겠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날까지 묵묵히 내 앞의 산을, 내 몫의 삶을 오르고 또 올라야겠다. 그러다 보면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내리막도 만나겠지.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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