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도 아니고 독서광도 아니고
두어 장 펼쳐 읽다보면 곯아 떨어지는 나이지만 책 덕분에 그럭저럭 사람구실 하고
살아가는 중이다
삶이
나아지는 것도 좋겠지만
더이상 나빠지지 않기 위해선
독서만한 게 없다고 생각된다

물론 글쓰기도 있긴 하지만
독서도 안하는데
글쓰기는 언감생심이니깐.

책의 정보는 생생히 산 것이어야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보라 하여 문득 하늘에서 떨어지듯이 갑자기 생성된 것은 많지 않다. 놀라운 지식이 한순간 개화된 것처럼 보여도 그 속에는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무엇이 작용하고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128.p

지식에 목을 매는 사람들은 어리석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지식없이 우리 삶이 유지되랴. 따라서 우리는 더 새로운 정보, 더 유용한(광의의) 정보를 갈구하게 된다. 저절로 알게 되는 지식도 있겠지만 적극적으로 지식을 만나기 위해 책을 드는 노력을 어찌 포기할 수 있으랴. 130.p

적어도 내가 보기에, 우리의 오늘날 피폐한 삶의 모든 문제는 바로 시를 잘 읽지 않고 쓰지 않는 데서 비롯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감성과 지성의 조화로운 삶에 대해 간과하는 듯하다.

삶은 생존의 현장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가꾸기에 따라 향기로운 정원이 되기도 한다. 봉숭아 씨앗을 구해 화분에 심고, 그 속에 우리의 꿈도 심어보자. 조용히 귀 기울이면 시의 속삭임이 들려오리라.
그 조용한 속삭임은 봉숭아 꽃물을 손톱에 곱게 들이던 지난 날의 꿈도 불러오리라. 그런 점에서 시집이야말로 우리 감성을 일깨우는데 무엇보다 큰 역할을 한다고 하겠다. 151.p

어지럼증만 일으키고 세월은 참으로 속절도 없다. 이 어지럼증을 어떻게 가라앉힐까. 느림의 사유를 가꾸는 방법으로 책읽기를 제안하고 싶다. 책은 우리가 흔히 느끼는 현기증을 상당 부분 가라앉히는 효과적인 도구일 수도 있는 것이다. 20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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