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
스쳐지나고

모든 건
사라진다.

상실감과 무력감이 밀물처럼 
덮쳐 오는 날이면 눈을 감고 
고베의 미지근한 바닷바람을
스물아홉이나 서른이 되어 
그 바닷가에 서 있을 
나 자신을 그려봤다. 
그러면 그 상상은 
매번 바닥없는 늪에서 
나를 건져 올려줬다. 

나의 불완전한 이해 따위 
아랑곳하지 않았던 
그 느슨한 구원의 손길을 
나는 지금도 느낄 수 있다. 

상상의 마지막에 
떠올렸던 문장은 다음과 같다.

모든 건 스쳐 지나간다. 
누구도 그걸 붙잡을 수는 없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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