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생을 주어질 삶이라는
터전으로 갈고 닦기 위해선
인간에게도 멸종이 필요하다
모든 당연하다 여겨온 일상들
당연하지 않음으로 바라보고
이 주어진 일상에
길들여져 있다간
물거품처럼 한순간
사라지고 말 것임을 알아차리고
대비하기 위해선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위기의식을 느끼는 정도의 멸종이 아닌
의도적인 대멸종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스스로가 원치 않은 대멸종과
스스로가 자초한 대멸종과
스스로가 자처한 대멸종은
분명
구분되어져야 하고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https://image.aladin.co.kr/product/12818/10/cover150/k312532981_1.jpg)
멸종에는 일상적 멸종과 대멸종이 있다. 일상적 멸종은 생태계를 어떤 위험에 빠트리지 않는다. 한두 종이 멸종되어도 생태계에는 별 탈이 없다. 얼마 동안의 시간이 지나면 그 자리에 다시 새로운 생명이 채워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태계의 빈 틈새를 새로운 종이 채우기도 전에 또 다른 틈새들이 자꾸 생길 정도로 멸종의 속도가 빠르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먹이 그물이 붕괴되면서 결국 모든 종이 위기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해서 대멸종이 일어난다. 멸종이 빈자리를 몇 개 만들어서 새로운 생명이 등장하게 하는 기회라면 대멸종은 생태계를 거의 텅 빈 공간으로 만들어서 전혀 새로운 생명의 역사가 시작하는 대역사다. 지금까지 지구에는 다섯 차례의 대멸종이 있었고 대멸종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대기의 산성도가 높아졌고, 산소 농도가 덜어졌으며, 기온이 5~6도 정도 급격히 오르거나 떨어졌다.p.273 대멸종이 500년 뒤일지 1만 년 뒤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 몇 퍼센트의 생명이 사라질지도 짐작할 수 없다. 다만 지난 다섯 번의 대멸종을 돌이켜보면 최고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했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그런데 지금 인류세의 최고 포식자는 누구인가? 우리 인류다.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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