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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4부작 세트 - 전4권 ㅣ 나폴리 4부작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12월
평점 :
우리는 삶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나를 즐겁게 하고, 어떤 사람은 나를 슬프게 하고
어떤 사람은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지만, 우리는 그들이 누구인지
피상적으로 압니다. 그들의 지위와 학벌, 재산, 부모가 누군지,
어디사는지, 나와 뭐가 공통되는지, 등등 몇가지 되지 않는
기준만으로 그들을 잘 안다고 착각합니다.
소크라테스가 말했듯이 "너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이러한
우리의 인식의 피상성을 극복해야한다는 것입니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도 마찬가지로 인간의 인식의 피상성에
묶여서 제대로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한계를
비유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철학자들은 자신의 동시대인들과 우리들에게 끊임없이
피상성을 극복하라는 것을 하나의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소크라테스는 산파술을 제시했습니다. 끝없이
자기자신에게 반복해서 질문함으로써 자신의 무지내지는
인식의 한계를 자각하는 방법인 것 입니다.
그런데,이러한 피상성을 극복하는 좋은 방법중 한가지는
문학을 가까이 하는 것입니다.
바로 페란테의 이책은 그러한 문학 본연의 역할에 아주 충실한 작품입니다..
먼저, 이 책은 밖으로 드러난 이야기만 보면,
나폴리를 중심으로 레누와 릴라의 성장이야기로 보이지만,
레누와 릴라, 리노, 니노는 한사람의 내면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레누와 니노는 레누는 치밀하고 자신을 철저히 통제하고 억압하려는
이성적 존재라면, 니노는 오로지 자신의 욕망에만 충실하고 책임도
지지 않는 자유롭고 무책임한 유아적 존재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누구나, 레누와 같이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순간이 있지만, 남에게
보여주기 싫지만, 어느정도는 누구나 니노처럼 자신의 욕구와 필요만 취하고
떠나버리고 싶은 그런 무책임하고 나약한 모습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소설속에서 레누도 니노에게 열렬한 사랑에 빠지는 것이
고 그와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서 자신의 가정을 버리기 까지 합니다.
이렇게 등장인물들을 관찰해보면, 한사람의 내면과 외면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과 속마음, 감정적측면과, 이성적측면을
대면하는 것으로 다시 조합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주인공이 살아가는 시대의 사회상과
등장인물 개인의 내면이 균형있고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주인공에게 몰입하기가 쉽습니다. 그리고 인물들의 충동적이고
자존심을 내세우며 으르렁거리는 것이나, 서로 시기 질투하고
친구사이라도 돌아서서 뒷담화하는 모습이 경쟁이 치열한 적자생존의
현대자본주의의 정글과 같은 도시에서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현대인들과 비슷한 점이 많아서
공감이 아주 잘 되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들이 살아남은 시대가, 바로 파시스트와 왕당파,
마피아가 활동하고, 노동자들에게 파시스트들이 폭행을 하고
경찰은 뒷짐만지고 있고, 몇몇가문이 좋은 상권을 독점하고
자본을 이용하여 작은 가게를 인수하고 빈털털이가 되는 모습은
자본주의가 심화되는 우리시대의 자화상으로 보입니다.
이 책은 특히 여성의 문제에 대해 정치한 묘사와 이해를 담고 있습니다.
여성의 인권이 부각되는 68혁명을 배경으로, 여성에게 연애와, 성, 결혼과
출산, 양육이 어떤 의미이고, 여성의 위상은 어떻게 재정립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관점과 시각에서 조망해볼 수 있는 점은
정말 이 책만의 독보적인 장점입니다.
끝으로, 분수에 맞게 살기, 신분상승하기 위해 공부하기, 대의를 위해 헌신하기,
유명인으로 살아가기, 치열하게 사랑하기등등 릴라와 레누의 삶이
보여주는 다양한 파노라마를 보고 있으면
우리의 평범한 삶이 그 자체로 한편의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문학은 얼마나 인물과 상황을 세밀하고 정교하게
묘사하고 그릴 수 있느냐하는 것이 중요하지 특별히 복잡한 이야기나
기적같은 체험, 반전의 연쇄가 없다고 해도 얼마든지
감동과 재미를 담은 휼륭한 문학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음을
유감없이 보여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