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 유어 크레이지
윌리엄 살로안 / 운정문화사 / 1993년 8월
품절


"자, 그럼."아버지가 말했다. "내가 너를 학교에 데려가기 전에 우리, 극히 기초적이라고 할가, 유치원적인 문답을 몇 가지 해보자. 시작은 뭐지?"

"무슨 의미로 하는 말이야, 아버지?"

"질문을 잘 듣고 찬찬히 생각해봐. 그다음은 네가 좋을 대로 대답해도 상관없어. 시작은 뭐지?"

"나."

"시작은 언제지?"

"내가 아침에 눈을 뜰 때."

"끝은 뭐지?"

"내가 두 번 다시 아침에 눈을 뜨지 않게 되었을 때."

"아주 좋아." 나의 아버지가 말했다. "시작과 끝 사이는 뭐지?"

"나."

"너는 누구지?"

"아버지, 나는 그런 거 몰라. 아버지가 말해."

"나는 말할 수 없어. 너, 학교에 돌아가는 기분이 어때?"

"아버지, 내가 학교 싫어하는 거 잘 알면서."

"너는 네가 학교를 전혀 싫어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나, 학교 싫어한다니까, 아버지? 나는 학교가 싫어. 그리고 아버지는 내가 학교를 싫어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하는 건 불가능해.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학교가 싫어. 나, 학교라는 발상 그 자체가 싫단 말이야. 학교 건물이 싫고 학교 선생님이 싫고 내가 배워야 하는 공부가 싫어."-00쪽

"자아- 너도 아침을 다 먹었으니 이제 가자. 내가 너를 학교에 데려다주마. 그러면 너는 좀 더 학교를 싫어할 수 있잖아?"

"응, 나는 틀림없이 싫어할거야."

"왜 싫지?"

"왜냐고? 한 마디로 그건 뭔가를 배울 만한 장소가 아니라는 거야."

"그럼, 뭔가를 배울 만한 장소라는 건 어떤 곳이지?"

"바다-가정-세계."

"그런 곳과 함께 학교에서 웬만한 것쯤은 배워두는 게 뭐가 잘못되었다는 거야?"

"학교는 재미있지 않아. 그게 학교가 잘못된 점이야."

"오케이. 자, 가자."

우리는 테이블에서 힘차게 일어섰다. 나는 뛰어가서 문을 열었다. 아버지는 신문지를 공처럼 뭉쳐서 내게로 던졋다. 나는 그 공을 받아들고 마당의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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