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다움이 만드는 이상한 거리감˝ 벨 훕스p.151/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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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페미니스트 정책을 옹호하는 여성들이 남성과남성성에 대해 지금까지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일찍이 급진적 페미니즘을 다룬 저술들에서 남성에 대한 분노와 격분, 심지어 그들에 대한 증오가 표현되긴했지만, 그 정서를 해결하고 여성과 남성이 만나 공통점을찾을 수 있는 화해의 문화를 생각해볼 방법을 제시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는 없었다. 공격적 페미니즘으로 여성들은 남성들에 대한 격분과 증오를 표현할 수는 있었지만, 가부장 문화에서 남성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서로 이야기하고 착취와 억압에 대한 두려움 없이 그 사랑을 표현하는방법을 알지는 못했다.
실현 불가능한 가부장제의 권리와 혜택만을 누리기 위해 한국 남성이 어떤 의무와 책임을 떠넘기고 개선점에는 회피했는지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와 전쟁, 독재와 불황을 거쳐 현대까지 싹 훝어보는 책. 특히 오늘날에는 이런 남성들이 억측과 가짜뉴스를 적극 소비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아쉬운 건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는 겁니다. 다만 중간중간 던진 시사점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소에 실력을 쌓기 위해 읽어야 하는 이론서라기 보다는 마감을 앞두고 어떻게든 뭔가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어울리는 책입니다.
"진심을 다하라" "자료 조사에 철저하라"라는 조언과 다르게 정작 담겨있는 예제는 "이런 게 아닐까?"하는 식입니다. 특히 사회 이슈처럼 당사자 입장에서는 뜨거운 글쓰기를 할 수밖에 없는 내용도 관조하고 한발 물러서서 차갑게 글쓰라고 하는 대목은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