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잘 보지 않는다.가족 또한 매일 보는 얼굴이라 자세히 본 적이 없다.게다가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가족사진 제출할 때가 제일 애먹는 나이다. 남편이 특수직업군이기에 상황에 따라 부득이하게 떨어져 있는 게 오래 되어서일까.아이들을 둘이나 낳아 기르면서도 딱히 서운하거나 그립거나 한 적은 없었다.그런데 아이들은 다른 모양이다.특히나 아직 제 속도대로 나아가는 둘째녀석에게는 그런 듯 하다.나날이 발전하는 첨단 통신망 시대에 영상통화를 거부하는 아이... 보면 더 보고싶다고 울먹거린다.그럼 아빠를 당장 볼 수는 없지만 그려보자고 지난 번 영상통화때 몰래 캡쳐한 사진을 보여주었다.아이 눈빛이 반짝인다. 엄청나게 꼼꼼히 관찰하고 또 관찰한다.서툰 솜씨이지만 그려지는 모습에는 머리털 한 올, 주름 하나하나가 다 보인다.그런 아이를 보며 나는 미안해진다.아이만큼 나는 남편을 그리고 돌아가신 내 아버지 얼굴을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당장 얼굴을 마주할 수는 없지만 오늘 연락을 주고받게 되면 따뜻한 말 한마디와 응원을 건네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