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거기서 기다릴게 - 파리지엔 글쓰기
이은미 지음 / 푸른길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15. 내가 거기서 기다릴게 (파리지엔 글쓰기)

내가 거기서 기다릴게

저자 이은미

출판 푸른길

발매 201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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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나에게 이 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본다면,
한낮에 커피를 마시며 햇살 아래서 여유를 부릴 때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라고 소개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마음에 드는 문장 하나를 발견하면 그문장에 빠져들어 '나'의 생각을 하게 되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책이다.
  책의 정체성이 가볍지만 그리 가볍지만은 않은 것이라면 독특한 매력은 책 중간중간 삽입된 파리의 정경을 그린 삽화라고 할 수 있겠다. 러프한 맛이 있어 더욱 "소소한 누군가의 이야기"라는 느낌을 준다.

  <내가 거기서 기다릴게>는 단순한 기행문이 아니다. 여행 속에서의 상념을 통해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여행 글쓰기라기보다는 어쩌면 회고록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작가는 이 책을 '나를 찾아가는 여행 글쓰기'라 이름 붙였나보다.
  책에서는 자신을 제 3자로 표현하는 부분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객관화하여 타인인 것처럼 표현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 때문에 어떤 대목에서는 그 인물이 작가인 줄로만 알았다가 글의 말미에 가서야 작가의 할머니의 얘기였음을 알게 되기도 했다.

   

   가슴 한 구석을 시리게 만들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주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거기서 기다릴게"는 낯선 여행지의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하는 건물이나 나무, 혹은 조형물이 여행자에게 담담히 건네는 말이다. 그리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학교와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 본가는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 쉬어 갈 수 있는 곳이며 부모님이 나를 기다려주고 있는 곳이다.

때로 일탈을 꿈꾸지만 냉정하게 제자리를 찾아 돌아올 줄 알기에
더 용기 있고 매력적이다. P.96

  우리가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과감하게 혹은 정력적으로 임할 수 있는 것에는 '제자리', 즉 나를 기다려 주는 곳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집 마당 한켠, 넓게 가지를 드리운 나무가 떠오른다. 나무는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때에 맞춰 옷을 바꿔입는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수없이 많은 옷을 갈아입어도 나무의 본은 바뀌지 않는다. 이처럼 사람도 사회의 변화에 따라 적응하고 바뀌지만, 근간은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이 변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나를 지지해주는, 기다려주는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을 피해 멀리 돌아왔지만, 이곳에서도 생각지 않게 주어지는 낯익음은 여행에서 얻는 의외의 덤인 것 같다. P.12

  낯선 곳에서 느끼는 '낯익음'은 누구에게나 뜻밖의 반가운 존재일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의 자리에서 '공통점'을 찾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익숙함을 벗어나고자 떠나는 여행과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에서도 낯익음을 찾는 우리는 어떤 존재일까. '두려움'이라는 감정에서 기인하는 현상일까? 그도 아니면, 우리 모두 타인과 공통점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존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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