캉스푸가 들려주는 세 나라의 교류 이야기
#5 국적을 바꾼 사람들
자기가 살던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가서 사는 사람들이 있어. 그중에는 아예 그 나라 사람이 되어 사는 사람도 있단다. 이들을 ‘귀화인’이라고 해. 옛날 세 나라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었어.
당나라의 백성이 된 사람들
고구려 사람 중에는 중국과 전쟁을 하다가 포로가 된 사람이 많았어. 특히 신라와 당나라의 연합군에게 고구려가 멸망하자, 당나라로 끌려가는 고구려 사람이 더욱 늘어났지. 백제 사람들 중에도 당나라로 간 사람이 적지 않아. 백제 역시 신라와 당나라의 연합군에게 망했으니까 말이야.
그럼, 한반도에서 당나라로 건너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죽은 사람도 있고, 노예가 된 사람도 있었을 거야.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된 건 아니야. 당나라는 개방적이고 다른 나라의 문화가 많이 어우러진 나라였어. 외국에서 온 사람들도 기꺼이 백성으로 받아들였지. 전투에 능한 사람은 군인이 되게 하고, 그중에서도 뛰어난 사람은 장군으로 삼았지. 장사를 잘 하는 상인에게는 마음껏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었고, 뛰어난 지식인에게는 당나라의 과거를 보고 관리가 될 수 있는 길도 열어 주었지.
당나라로 귀화한 고구려 사람과 백제 사람 중에는 너희도 알 만한 사람이 있어. 바로 고선지와 흑치상지야.
고선지는 원래 고구려의 유민이었어. 고구려가 멸망한 후 아버지가 당나라로 귀화했기 때문에, 당나라 사람이 되었지. 고선지는 당나라의 장군이 되어 중앙아시아의 여러 지역을 정복하며 큰 공을 세웠단다.
흑치상지는 백제가 멸망한 후 백제를 다시 일으키고자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어. 그래서 당나라에 항복하고 당나라의 장군이 되었지. 그 무렵 당나라는 북쪽의 돌궐과 팽팽하게 맞서 있었어. 흑치상지는 돌궐과 전투에 나서 승리하고 큰 공을 세웠단다. 흑치상지는 중국 역사에서는 당나라를 빛낸 영웅으로 평가받고 있단다.
귀화인에게 관직을 주다
한반도에서 중국 대륙으로 귀화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중국 대륙에서 한반도로 귀화한 사람도 있었어. 특히 고려 시대 때는 중국 대륙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단다.
당나라가 멸망한 후 중국 대륙은 ‘오대십국’이라는 분열의 시대를 맞이했어. 북쪽에서는 다섯 왕조가 들어섰다가 망하기를 되풀이하고, 남쪽에서는 열 개 나라가 존재하던 혼란한 시대였지. 이 시대에 수많은 중국 사람들이 중국 대륙의 혼란을 피해 고려로 왔어. 당시 귀화인이 모두 17만 명이나 되었다는구나. 귀화인들 중에는 중국 사람 중 가장 많은 민족인 한족뿐 아니라 여진족, 거란족 같은 북방 유목민도 있었대.
고려는 당나라처럼 무척 개방적인 나라였어. 고려는 귀화인들 중에서 유능한 사람을 뽑아 관리로 삼았는데, 주로 외교 업무를 맡겼어. 중국어, 여진어, 거란어를 잘할 뿐 아니라 그 나라 사정에도 밝았으니까.

과거에 응시하는 모습을 담은 조선 시대의 그림이야.
상상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지 않니?
고려로 귀화한 사람들 중에 ‘쌍기’라는 사람은 고려에 사신으로 왔다가 고려의 광종의 눈에 띄어 황제의 허락을 받고 귀화하여 관직을 받았단다. 쌍기는 고려의 역사에 길이 남을 큰 업적을 남겼어. 중국의 과거 제도를 고려에 소개했거든. 고려의 광종은 왕권을 위협하는 귀족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쌍기의 제안을 받아들였단다. 과거 제도는 한반도에 도입된 후 조선 시대까지 1000년 가까이 실시되었지.
일본 사람이 된 조선 기술자들
1592년,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20만 대군을 일으켜 조선을 침략했어. 조선은 건국한 후 큰 외침 없이 200년 동안 평화로운 시절을 보냈어. 반대로 일본은 분열의 시대를 보냈고, 그 분열을 통일하기 위해 100년 가까이 전쟁을 벌인 덕에 일본의 전투력은 무척 뛰어났단다.
일본군은 수도 한성을 지나 평양까지 점령했고, 조선의 왕 선조가 피난을 떠나야 했지만 조선 수군과 의병, 명나라의 구원병까지 힘을 보태자, 일본군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어.
1597년에 일본은 다시 조선을 침략했지만, 이번에는 처음부터 조선의 거센 저항을 받아 한반도 남해안에 겨우 머물 수밖에 없었지. 일본군은 전쟁 상황이 불리해지자, 다른 임무를 더 열심히 수행하기로 했어. 조선의 책, 자기, 공예품, 목판 활자본 같은 귀중한 문화재를 약탈한 거야. 그리고 각 분야의 전문가와 기술자들을 포로로 마구 잡아들였지. 그중에는 유학자도 있었고, 도공이나 공예 기술자, 활자공도 있었어. 물론 일반 농민들도 많이 사로잡았지.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간 포로가 무려 10만 명 가까이 되었다는구나.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사람들은 포로로서 비참한 생활을 해야 했고, 대부분은 일본 영주들의 노예가 되었단다. 하지만 조선의 유학자를 스승으로 삼고 싶어 하는 일본 사람, 조선 자기를 좋아하는 일본 영주, 활자를 이용해서 책을 만들고 싶어 하는 관리들은 조선의 학자와 기술자들에게 좋은 대접을 하기도 했단다. 조선 포로들 중에는 끝내 조선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일본에 남은 사람들이 많았지. 그렇게 남은 조선 사람들은 대대로 일본에 머물면서 여러 분야에서 활약했단다.
갈등은 없었을까?
옛날부터 세 나라에는 전쟁 포로가 되어 또는 먹고살기 위해 귀화한 사람들이 꽤 많았어. 처음에는 현지인들과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겠지만, 차츰 그 나라 사람이 되어갔지. 그리고 고향에서 가져온 학문과 무예, 기술 등을 전하면서 귀화한 나라의 발전에도 이바지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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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 한 나라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은 자격이나 공식적으로 소속된 국가를 가리키는 말.
유민 : 없어진 나라의 백성.
과거 제도 : 중국 수나라 때 처음 실시하기 시작한 관리 선발 시험 제도.
외침 : 다른 나라와 같은 바깥으로부터의 침략.
이 연재물은 책과함께어린이에서 출간될 어린이책의 내용 일부분을 미리 보여 드리고자 시작되었습니다. 연재 정보와 필자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연재를 시작하며'를 봐주세요. 무단전재와 무단복제를 원하시는 분은 곤란합니다.
★깜짝 퀴즈★
다른 나라에 살면서 아예 국적을 얻어 그 나라의 사람이 되는 일로, 옛날에는 나라를 잃거나 전쟁 포로가 되거나 먹고살기 위해 떠났다가 이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에도 이를 통해 한국인이 된 외국인들이 있는데 이것을 무엇이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