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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 전2권 -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소설 ㅣ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이현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신간리뷰♡♡
도서명 :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저자 : 이현우
출판사 : 추수밭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옛 문학을 부드러운 문체로 파헤친 전문서평가의 책이다.
작가의 바람대로 한국현대문학에 대한 입문서나 해설서쯤 된다.
“세계문학의 숲에서 바라본 한국문학의 과제”라더니 수업에 어울리는 참고서로 써도 손색없을 정도다.
소문으로만 듣고 읽지 못했던 책들이 절반이나 되지만 무리 없이 이해가능하고 언제든 다양한 시각으로 읽을 수 있다.
시대적상황과 작가의 전기 거기다 세계문학까지 끌어 쓰는 평가는 개성이 넘친다. 헤세와 발자크와 카뮈와 하루키는 덤이다.
저자는 모든 작가들의 개인사를 환히 꿰고 있다. 부모는 누군지 어디서 뭘해 먹고 살았는지 어쩌다 이혼했는지 살았는지 죽었는지 거침없이 말해준다. 창작물보다 창작자의 이야기가 더욱 흥미롭다.
남성 작가편은 최인훈의 <광장>과 <무진기행>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관촌수필>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 김훈의 <칼의노래> 등 12편이 대상이다.
워낙 오래전에 읽은 책들이라 가물가물하지만 서평만으로 당시 시대상을 되살릴 수 있다.
김승옥의 무진기행은 지금도 거론되는 작품으로 “정치적으로 4.19혁명을 경험했고 5.16군사정변 이후 한국의 산업화를 겪은 첫 세대이자 첫 한글 세대라는 점이 김승옥의 문화적 입지라 할 수 있다” 면서도 최소한의 갈등이나 고민이 없는‘신파’라 꼬집는다.
작가는 <객지>와 <삼포 가는 길>처럼 다른 사회로 변화하는 소설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우리들의 천국>같이 권력문제를 다룬 소설이 없어 문화적 빈곤에 처했다고 말한다.
이문열의 교양소설 <젊은날의 초상>을 읽고 자란 당시의 독자들을 안타깝게 여긴다. 이 작품을 대체할 만한 교양소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은 한계에 가로막혀있고 리얼리즘은 부족한 시기였다.
나 역시 근대사회를 조금 지나온 사람으로서 권력문제를 다룬 소설이 없는 문화적 빈곤에 격하게 공감한다. 꼭 5.16이 아니더라도 전두환과 박정희 그리고 박근혜에 이르기까지 많은 소설이 창작되길 희망한다. “중요한 문제를 다뤄야 중요한 작품이 된다”니까. 남미문학에서 말하는 “독재자 소설”이 출판되길 소망한다.
여성 작가편은 전혜린,박완서,오지영,은희경을 포함해 10인의 작품을 다뤘다.
2008년의 밀리언셀러 <엄마를 부탁해>를 감동으로 기억하는 사람에게 “낡은 모성 신화의 반성 없는 소환”이라고 찬물을 끼얹었다.
“먹고사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것은, 동물의 생존본능 차원에 머물러 있다” “충격으로 받아들여야한다” “어머니 세대는 그럴 수 있지만, 2008년의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것은 한국사회의 문제”라고 신랄하게 꼬집는다. 버거웠지만 정확했다.
박경리 작가의 작품으로<김약국의 딸들>을 다뤘지만 <토지>에 대해서는 ‘지주와 소작인의 갈등 문제가 아니라 혈연이나 재산문제’에 초점을 둔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근대에 대한 혹은 계급 문제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이 문제를 깊이 다루지 않았다고 썼다.
전혜린 작가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우리가 데미안을 헤세의 대표작으로, 세계문학으로 인식하게 만든 장본인이고 그보다 그의 아버지가 김구의 죽음과 상관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소설의 마무리에 거듭 등장하는 ‘자살’은 오만한 선택이라 장편이 빈곤의 영역이 되었다 이야기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상이 뭔가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동인문학상만 장편을 대상으로 하고 단편이 대상인 이상문학상이 전통이 있다고는 하지만 장르의 특성상 대표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구심이 드는 건 사실이다.
*책속의 문장
‘작품에서는 숙희가 최대한 버티는 것으로 묘사된다. 최대한 버티긴 더 버텨야 한다. 장편이 될 때까지 버텨야 한다. 그래야 근대 장편소설이 나올 수 있다’
“단식 투쟁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굶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 우리는 자주 봐 왔기 때문에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지만 실은 아주 이상한 일이다........거꾸로 이야기하면 장편이 아니어서 죽은 것이다. 죽으면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다”
*한줄평
세계문학보다는 한국문학과 조금 더 친한 까닭에 기대와 흥분으로 책을 열었는데 부족한 부분을 가이드북처럼 끌어주어 몰입도가 굉장히 높았다. 독서가 귀찮은 이들이 한국문학과 가까워 질 수 있는 계기가 될 만하다.
*추천평
책을 덮으니 읽고 싶은 근대문학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그는 읽게 만드는 작가다. 소설보다 작가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공지영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 문학동네와 은희경의 관계풀이 같은 것은 소설보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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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북클럽 리그램 서평이벤트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