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푸레 물푸레 물푸레
조호상 지음, 이정규 그림 / 도깨비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참으로 오랜 만에 만난 고운 글이다. 문장마다 장면마다 책갈피마 다 봄볕처럼 곱고 따뜻한 느낌이 들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책을 다 읽었을 때는 한동안 내 마음 속조차 환하게 정화되어 빛나는 듯 했다.

물푸레 나무에게 세상은 바라보기만 하는 대상이 아니다. 세상은 그대로 물푸레 나무와 깊이 관계지어져 있다. 그러나 사람만은 묘 연하다. 작가는 사람과 자연의 사이에 금 그어진 단절을 이어주고 싶어한다. 다만 많은 글들에서처럼 사람이 그 주체가 아닌 어린 물푸레 나무를 통해 그 일을 하게 한다.

꼬마물떼새가 알을 낳았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다. 알들은 여러가지 위험 속에서 먹히거나 으깨진다. 그 모양을 그대로 지켜봐야 했던 물푸레 나무는 말할 수 없이 큰 절망을 느낀다. 슬플 때마다 외던 '물푸레 물푸레 물푸레'라는 주문도 소용이 없다. 그러나 다시 닥친 위험 속에서 물푸레 나무는 노란 모자를 쓴 어린이와 깊이 소통한다. 그것은 '말이 통하는 것보다 더 대단한 마음이 통하는' 순간이다. 어린 나무와 어린 사람의 마음이 통하는 순간이다. 작가는 그런 절정을 준비하여 사람과 자연 사이에 훌륭한 다리를 놓을 수 있었다. 그 순간 내 마음도 따뜻해졌다.

자연과 사람의 소통은 드디어 위험을 사라지게 하고, 꼬마 물떼새의 알은 세 번의 실패 끝에 무사히 세상을 향해 고개 내밀 수 있었다. 아기새들의 종종 달음박질 하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지만 그렇게 나온 세상 또한 완전하게 안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물푸레 나무와 노란 모자를 쓴 어린이의 마음이 통하는 기적이 이 땅에서 늘 일어날 수 있다면 꼬마 물떼새의 아기새들은 자기가 태어난 소리내에 언제까지나 다시 찾아올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어린이라면 누구라도 마음 속에 노란 모자 하나씩을 쓰게 되리라 믿는다. 많은 어른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연과 결별된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자연 속에서, 사람도 자연으로서 그렇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나무와 돌멩이와 새들의 말을 들으며 우리 어린이들이 그렇게 아름답게 자라지 않을까. 그런 세상을 상상하니 또 다시 마음이 따뜻해졌다.

너무나 동화다운, 아름다운 마법과도 같은 세상을 꿈꾸게 한다.
물푸레 물푸레 물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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