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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캐빈 10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9월
평점 :
필름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은 후,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두 번 책을 펼쳤고, 그 두 번 만에 다 읽었다.
일본 추리 소설에 익숙한 편이고, 또 일본은 많이 가봤기 때문에 어떤 설정이든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씩 읽는 영미 소설들은 현실적으로 내가 겪지 못하는 환경들이 많아서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기보다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각보다 손이 안 가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읽기 시작하면 너무도 재미있게 빨리 끝나버려서 항상 당황스럽다. 피터 스완슨의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 그랬고, 알렉스 안도릴의 "아이가 없는 집", 그리고 프리다 맥파든의 "네버라이"가 그랬다. 루스 웨어의 "우먼 인 캐빈 10"도 그랬다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설정이기 때문에 더 반전을 상상하지 못하는 걸까. 마지막은 내가 상상한 것보다 더 꼬인 반전이 나타났다. 그만큼 재미있었다.
한 밤중 집에 강도가 들었다. 도대체 누가, 왜 그랬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게 사건의 시작일까 생각했다. 그런데 사건은 원래 계획되어 있던 여행에서 벌어졌다. 도입부의 강도 사건은 실제 사건과 관계가 없지만 일단 그만큼 흥분감을 고조시키고 공포를 조성하기에 충분했다. 실제 사건이 전개되는 선상에서의 이야기는 훨씬 더 시간적으로 길었고, 페이지 수도 상당했으나 강도 사건의 첫인상이 더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 긴장감은 스토리 내내 계속해서 이어진다.
북유럽을 가보지 않아서 상상만으로 모든 걸 읽어버렸다. 만약 내가 북유럽 크루즈를 경험했다면 더 공포스러웠을 수도 있다. 어두운 바다와 새카만 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은 겪어본 사람들이 더 잘 알 것이다.
한순간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촘촘한 전개와 와이파이도 터지지 않는 선상이라는 완벽한 밀실 안에서의 이야기로 한 번 잡은 책은 놓을 수 없었고, 늦은 밤 몰려오는 잠도 모두 물리쳐버린 채 463페이지에 달하는 페이지를 그냥 말 그대로 순삭 해버렸다. 연휴 중이어서 다행이었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이야기는 결국 "믿음"이라는 한 단어로 정리된다. 믿지 않으면 내 편이 아니고, 믿으면 내 편이다. 사람을 믿는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주변에 정말 믿을만한 사람들을 두고도 믿지 못하고, 믿지 못할 사람을 믿어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결국은 믿을 건 가족뿐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마저도 배신당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믿을지 말지는 나의 몫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이 겪고, 느껴보며 안목을 키울 수밖에. 하루에도 여러 번 내가 믿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 여러 번 혼란스럽다. 그래도 믿어야지. 내가 가는 길이라면. 나를 믿고, 내 주변을 믿고 힘내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