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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살인
카라 헌터 지음, 장선하 옮김 / 청미래 / 2025년 6월
평점 :
역대급으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 인생에 이렇게 바빴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일주일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메일로 슬쩍 들어온 서평 제안. 진짜 바빠서 몇 개는 회신을 못했는데 간단하게 내용을 읽어보니 안 읽으면 후회할 것 같은 느낌이라 이 소설은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수락했다.
나의 하루는 자고 일어나서 아침을 꼭 먹고 출근을 한다. 일하는 중에는 일 외의 것을 신경 쓰지 못해 아이들 교육도 친정엄마가 도맡아서 해주시고 있다. (이런 내 성격을 너무 잘 아신다.) 항상 야근을 해도 일은 쌓여있다. 늦은 시간 집에 들어와 씻고 누워 자기 전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게 바로 책 읽기다. 그래서 나는 텔레비전도, 유튜브도 잘 보지 못하는데, 가입하고 봐야 하는 OTT는 더 장벽이 크다.
리얼리티 쇼도 그다지 즐겨보지 않는 편이라 소설책을 받아들고 읽기 시작했을 때, OTT 리얼리티 쇼의 대본 같은 형식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등장인물도 상당히 많고, 익숙하지 않은 영어 이름들이다. 쇼 형식에 맞춰 전개되다 보니 기사도 있고, 댓글도 있고, 이메일도 있고, 문자 메시지도 있다. 첫 화 내용은 이 형식에 익숙해져야 해서 꽤 느린 속도로 읽었다. 그리고 제2화에 들어가서부터...
너무 재미있어서 속도가 미친 듯이 빨라졌다. 거의 600페이지가 되는 분량인데 첫 화 읽은 시간보다 2화부터 마지막까지 읽은 시간이 더 짧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는 내릴 시간이 되는 것이 야속할 정도로 몰입해서 읽었다. 아무리 시청률이 중요하다 해도 이렇게 매 화 반전이 있는 것도 신기하다. 그런 반전에 반전에 또 반전을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쉽지 않게 결말을 맞이한 것은 정말 단단하게 마련해둔 스토리 덕분이다. 여러 반전을 엮어두는 이야기들은 어딘가에 꼭 하나 구멍이 있기 마련인데, 구멍 하나 없이 모두 마무리했다.
추리소설의 결말에서 가장 맥 빠지는 경우는 "귀신이었어요", "정신이 나간 사람이었어요", "거짓말이었어요" 같은 대충 마무리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래야만 끝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그걸 어떤 식으로 처리했는지가 맥이 빠지냐 안 빠지냐를 결정한다. 이 소설의 경우 법의학자, 정신과 전문의들의 전문지식들로 설명했기에 하나도 맥이 안 빠졌다. 아, 그런데 이게 결정타는 아니다. 이 때문에 맥이 빠질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강조이다.
왜 제목이 "가족 살인"인지, 왜 이런 형식을 통해 전개해야만 했는지 책을 덮은 후 너무 분명해졌다. 매번 추리소설을 읽고 마지막에 같은 생각이 든다.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다."
+ 똑똑한 또라이도 참 많다. 게다가 다른 나라 또라이들의 양상은 가늠하기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