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에 쓰인 이 문구가 눈에 띄었다. 도대체 어떤 비밀이길래, 그렇다면 둘 중 하나가 죽는 결말이려나? 표지에서부터 여러 가지 상상을 하며 시작했지만 결국 나의 추리는 하나도 맞지 않은 채 끝나버렸다.
추리 소설은 꽤 많이 읽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읽으면 범인을 맞추고 마는데, 그 믿음을 산산이 부숴버리는 경우가 이런 미국 추리 소설이다. 굉장히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듯하지만 사실 읽다 보면 전개 방식에 의해 산만하게 느껴지는 것이지 결국 몇 명으로 한정되고 이 사람이 그 사람이었어? 하는 결론에 이른다. 그래서 다시 앞장을 뒤져서 내가 놓친 부분을 찾아내고 또 속았다며 웃어버렸다. 범인이라 가정한 사람은 전혀 범인이 아니었고, 세상에 믿을 사람은 하나도 없다.
아마도 이런 소설은 우리나라에서는 나오지 못할 것이다. 미국이라는 배경은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소재들을 만들어낸다. 눈에 갇혀 제설차를 기다리느라 며칠씩이나 고립되다니. 대한민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의사의 집에서 상담이 이루어지다니, 불법 의료 신고를 받을 일이다. 남이 쓰다 놓고 간 빈집의 가구들을 활용한다거나, 둘이 살면서 방이 6개가 넘는 대저택에 사는 것도 우리의 상식과는 다르다. 그렇기에 나의 추리가 틀릴 수밖에 없다.
어릴 적 읽던 틴에이지 소설들도 그렇고 미국 소설들은 항상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을 내놓는다. 그것이 문화의 차이에서 온다는 걸 최근 많이 느끼고 있다. 번역체의 낯섬도 한몫하지만 말이다.
이틀 출근시간만을 투자해 싹 읽어버렸다. 그러니까 집중해서 읽는 시간이 단 두 시간이면 되었다는 이야기다. 상당히 빠르고 강한 전개와 스토리로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지하철 안에서 영화 한 편 순삭 한 느낌!
오랜만에 속도가 있는 소설을 읽어서 신났다^^
요새 읽은 소설들은 내가 그런 시선으로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주인공들이 사이코가 아니면 성립하지 않는 것 같다. 아니면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이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좁은 의미라던가.
아주 오래전 막장 드라마를 보시던 엄마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저 말도 안 되는 것이 현실 기반으로 쓴 각본이라고. 세상은 넓고 미친놈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