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젠슨 황, 생각하는 기계
스티븐 위트 지음, 백우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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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숨 막힐 정도로 일이 많았다. 아니 아직도 많다. 그 연장선상에 있다. 불안해서 주말에도 노트북을 들고 있는 내 모습이 처량할 정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놓칠 수가 없었다. 작년부터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전기를 읽었다. 그렇다면 그다음은 당연히 젠슨 황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빨리 내 눈앞에 나타날지 몰랐지만.

이렇게 일이 많고 바쁜데 책 읽을 시간이 있냐고 묻는다면, 일이 많고 바쁘다고 물 마실 시간이 있냐고 묻는 것과 같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제대로 붙들 수 있게 책을 잡고 있어야 한다. 덕분에 작년 5월엔 초록으로 물드는 세상에 눈이 팔려 딱 한 권 읽는 책태기에 빠졌지만 올해는 더더욱 책을 붙잡고 있다.

스티브 잡스를 읽으며 아이폰 하나만 애플이었던 집안의 모든 전자기기는 애플로 바뀌었고 애플 제품에 대한 리스펙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내가 모으고 있는 미국 주식의 반절이 이미 애플이다. 차량은 고장 날 때까지 바꿀 생각이 없고, 우주여행은 아직 먼 이야기로 들려 일론 머스크의 제품들은 존중하지만 아직 멀다. 제품을 먼저 알았고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도 잘 모르던 그 엔비디아는 언젠가 내가 읽어야 할, 알아야 할 기업으로 찍어두고 있었다.

엔비디아? 엔디비아? 이름부터 헷갈리는 이 기업은 대략 2010년대 중반부터 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직을 하며 새로 지급받은 컴퓨터에 그 스티커가 붙어있었고, 윈도우 화면 우측 하단에서 보였으며, 게이밍 노트북을 하나 구매하면서 또 눈에 띄었다. 당시에는 큰 관심은 없었지만 이 초록색 로고는 자꾸 내 시선을 빼앗았고, 언젠가 오래전 알던 지인이 그 회사에 다닌다고 하여 또 신경이 쓰였다.

스티브 잡스와 일론 머스크를 읽으며 그들은 천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천재와 함께 따라오는 수식어는 “괴짜”, 좋은 말로 그렇지 현실적으로는 “미친놈“이다. 그런데 젠슨 황은 천재가 맞고, 괴짜가 아니다. 그만의 특별하고 과하며 당하면 무서운 논쟁이 있기는 하지만 전자와 달리 막무가내는 아니다.

세 사람은 모두 미국에서 성공했지만 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스티브 잡스뿐이고 일론과 젠슨은 이민자이자 이방인이다. 하지만 백인 가정에서 자란 둘과 아시아 가정에서 자란 젠슨은 다르다. “잘난 내”가 세상의 중심인 백인 가정과 “책임을 가진” 아시아 가정의 교육관에 의해 자란 사람은 뿌리가 다르기에 결과물도 다르다. 동아시아 내에서도 한국, 일본, 대만은 같지 않다. 상당히 다르다. 하지만 각 국가의 기업이 원하는 방향성은 뿌리가 같다고 생각한다. 만약 젠슨 황이 엔비디아라는 기업의 CEO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었다면(특히 백인), 나의 교육관은 “잘난 내 새끼”를 만드는데 집중되었을지도 모른다. 각 문화적 특징상 장단점이 있지만 그중 장점을 극대화하면 어느 것이 열등하다는 결론은 내릴 수 없을 것이다.

이제는 엔비디아를 엔디비아라고 헛갈려 읽지 않는다. 엔비디아의 엔비는 ENVY라고 확실히 인식했기 때문이다. 직접 상품을 쓰고 있기에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쉽게 읽었다. 운전을 할 줄 알고 우주선의 비행 과정을 알기에 일론 머스크도 쉬웠다. (심지어 원서였음에도 다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반도체는 나 같은 문과 출신에게 어려웠다. 노트북을 뜯어볼 수도 없고, 뜯어본 들 그 안의 머리카락보다 가는 회로를 눈으로 확인이나 가능하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할 만큼 즐거웠던 이유는 그가 걸어온 길이 지금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교훈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어렵다. 이미 돈 되는 세상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로 불쑥 나타나거나, 남들이 버리고 잊은 것들을 다시 살려내야 한다. 이 과정은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나 젠슨 황이나 동일했다. 다만, 내가 몸담은 조직이 그 비전을 알고 그만큼을 견뎌줄 자금이 있고 나를 지지해 줄 수 있는지가 문제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모두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과 어떤 조직과 어떤 상황을 만나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세상을 뒤흔든 존재가 되거나 길거리에서 팔자타령을 하게 될 것이다. 인생은 그야말로 한 끗 차이다.

성공한 사람의 전기를 읽는 것은 참 즐겁다. 어차피 해피엔딩인(성공한) 것을 알기에 어려운 과정도 당연한 것처럼 읽어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그 어려운 과정에 당도해있는 나는 너무 괴롭다. 이 과정이 없으면 큰 성공도 없는 줄 알고 있다. 여러 번 그 어려운 과정에서 내외부적 요인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기에 이번에는 꼭 성공하고 싶다.

무너지려고 하는 멘탈을 잡기 위해 그렇게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한 것 같다. 아직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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