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능동적
노연경 지음 / 필름(Feelm)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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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분명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적지는 않을 것 같은데 왜 내 주변에는 없을까? 결국 나는 굉장히 특이한 별종인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과 신나게 티키타카 할 수 없으니 외로운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없으면 또 어쩔 수 없지 않나, 혼자 생각하고 읽고 쓰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사실 뭉쳐서 왁자지껄 떠들어대며 살지 않는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고 말았다.

에세이는 잘 읽지 않는 편이다. 내가 써 내려가는 이야기로도 양은 충분하다. 심지어 SNS를 하면서 내 알고리즘에 가득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전문적인 이야기이기보다는 그들이 사는 이야기 날 것 그 자체이기 때문에 정제된 책의 형태보다는 내일 어떤 이야기가 또 전개될까 하는 궁금증으로 항상 기대감이 가득하다.

믿고 읽는 필름출판사의 책이기에 시작한 이 에세이는 읽으려면 하루에도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이었고, 어렵지 않아 슥슥 책장을 넘기는 맛도 있었다. 하지만 굳이 시간을 들여 일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차분하게 읽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왜, 어떤 일을 겪었길래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을까 곱씹어 생각해야 했다. 그래서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 하고 그녀의 삶을 따라가보고자 했다.

그런데 또 이런 반전이! 그녀는 섭식장애로 고통받을 만한, 우울의 늪에 빠질만한 외모가 아니었다. 누가 봐도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은 오히려 많은 사람들 속에서 빛나는 질투할 만한 셀럽 같은 느낌이었다. 아니, 이런 외모를 지니고 왜 이런 깊은 생각들을 하고 있는 걸까. 사기캐다!!!

11월 초반부터 11월 말이 된 지금까지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나이가 꽤 든 지금까지 이직에 이직을 더해 진짜 불태워 일해보고 싶은 것을 찾아다니다 보니, 어느덧 함께 일하는 사람들뿐이 아닌 내 상사까지도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 되고 말았다. 나이가 무슨 문제냐고도 하지만, 큰 문제들이 있음을 깨닫고 있다.

나이의 문제는 업무적인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함께 일하고 불태우다 안정을 찾는 과정을 함께한 비슷한 나이의 비슷한 세대의 사람들과는 의식의 속도가 비슷하기에 ‘그럴 수도 있다’며 서로를 이해하는 높이차가 크지 않다.

하지만 함께 불태울 사람을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미 많이 소진된 연료를 마지막으로 태우려는 안정파가 있다면 그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난 사회생활들로 인해 겪은 경험으로 인해 리스크를 최대한 피하고자 하는 행동과 그런 것도 돌파하지 않고서야 무엇을 이룰 수 있을지 일단 부딪혀보자는 의견에 불꽃은 튀고야 만다.

내가 더 겪어봤기에 조언이 아닌 현명한 방법으로 잘못된 물길을 막아보려고 노력해 보고자 하지만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래서 나는 심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었다.

그 시점에 만난 이 에세이는 그 롤러코스터의 각도를 더 높이거나 낮추거나 하면서 내 감정을 조절하고 있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그래서 작가는 겉으로 보이기에겐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완벽한 모습을 하고 속으로는 자신과 다투고 싸워나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거기서 위로를 느끼고 있는 나란.

대학시절 영어 작문 시간에 배운 에세이라는 장르는 주어진 주제 아래 나의 생각을 펼치는 것이었다. 많은 에세이를 읽진 않았지만 잘 읽지 않게 된 이유는 생각의 범위를 벗어나 주장이 되고 조언이 되고 가르침이 되어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행복은 능동적’은 주장하지 않고, 조언하지 않고, 가르치지 않았다. 그냥 생각을 적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그래서 위로를 느꼈고, 역설적으로 작가의 괴로움과 슬픔을 알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녀의 인스타그램이나 다른 정보를 더 이상 찾아보지 않고 그냥 그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직장 생활에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나처럼, 그녀는 다른 세상에서 혼자만 유일한 그런 존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친구가 된 듯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마칠 수 있었다. 지금, 행복하니 친구야?!

매번 책을 읽고 내 멋대로의 감상을 주절거릴 뿐인데 필름 출판사와 감사하게도 서평으로 인연이 닿아 책을 제공받아 좋은 친구를 하나 얻은 느낌이다.

오늘도 화이팅, 나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사람들 다 화이팅! 오늘은 월요일이니까 더더욱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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