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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랜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10월
평점 :
그렇게 두껍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읽고 보니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었다. 작년 말에도 정치적인 이야기를 다룬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그 소재를 제공한 듯 했던 소설이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두 정당이 완전히 다른 공약을 내세우며 갈라선 미국이 보였다. 지난 여름 휴가 기간 방문했던 미국에서 확실한 두 정당의 차이를 느꼈다. 뉴스로 접하고, 글로 접해서는 알 수 없었던 그 분위기를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미국의 양극화와 그로 인해 둘로 나뉜다는 발상은, 상상을 떠나 충분히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이라 생각했다.
이미 분단이 된 미국의 스파이가 그 주인공이다. 연방공화국과 공화국연맹으로 나뉜 미국의 미래가 그 배경이다. 주인공을 통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과거의 실제 있었던 이야기로 전달된다. 2023년에 출판된 책이기 때문에 이미 틀어진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그 과거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이기에 그 어떤 과거의 이야기보다 몰입할 수 있었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미국의 미래에만 국한되지 않고, 우리의 미래 역시 선택에 달렸다.
분단을 다뤘고, 서로에 대한 정치적 선전으로 죽이고 살리는 상황은 미국이 아닌 우리나라의 현실을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많은 사안들을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미리 알려주는 것 같기도 했다. 이미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지만.
세계의 역사는 어떤 집단이 패권을 쥐었느냐에 따라 항상 다르게 기재되었다. 국경을 넘어선 주인공은 반대 진영의 땅에서 그것을 느낀다. 그리고 말했다 “우리는 누구나 자기에게 맞도록 역사를 다시 쓴다”
사회, 정치, 경제, 문화의 모든 문제를 다루면서도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관계들로 서사를 이어간다. 감시 안에 있는 인물이기에 맺을 수 있는 인연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다. 정권의 안정적인 유지를 위해 체제나 시스템으로 사람들을 통제하려 하지만, 인간이 통제 안에서 순순히 살아온 역사가 얼마나 될까. 그냥 그대로 두는 것이 다같이 가장 잘 사는 방법이 아닐까.
작가는 이렇듯 여러 사회, 정치, 경제, 문화적 문제들을 다채롭게 담아내며 선택의 문제를 생각하게끔 한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과연 좋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선택의 문제를 생각하느라 보통 읽던 소설들보다 더 시간이 걸렸다. 잠시 책을 놓고 생각해야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작년 말 읽었던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에서 빠른 속도로 전쟁의 결말을 이야기 했다. 하지만 그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고, 끝나지 않았다. “원더풀랜드”에서 말한 2024년은 그의 상상대로 되지 않았다. 이런 점을 들어 작가들이 아는 척하며 미래를 예언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작가들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미리 알려주고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추리 소설을 많이 읽은 편이라 배신자가 누구고 변절자가 누구며 어떻게 조종당하고 있는 것인가는 사실 알기 쉬웠다. 하지만 복잡 다양한 문제제기를 여러 구성에 녹여낸 작가의 천재적인 스토리 텔링에 완전히 당했다.
나의 서평들을 읽고 먼저 도서를 제공해 준 도서출판 밝은세상에게 감사드리며, 책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낸 후 서평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