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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번은 베토벤을 만나라 - 클래식 음악을 시작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
안우성 지음 / 유노라이프 / 2024년 11월
평점 :
‘일생에 한번은…’ 라는 제목으로 여러 책들을 보았지만 이렇게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 있을까. 베토벤이 제목에 들어가는 순간 필독도서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나에겐 작년부터 사두고 두께의 압박감에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은 모차르트 평전이 있다. 모차르트는 처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던 유치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의 ‘최애’ 음악가였다.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에 반해 다른 음악들에도 관심을 갖고 듣다보니 그의 맑고 아름다운 세상에 내가 포함되는 느낌이 들어 행복했다.
그에 비해 베토벤은 항상 어둡고 우울하고 무겁고 과장된 행복으로 가득한 느낌이었다. 피아노 학원에 걸린 그의 초상화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고, 감시하는 듯 했다. 그런데 나의 선생님들의 ‘최애’는 모두 하나같이 베토벤이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엔 집에서 개인 레슨을 받았는데,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선생님은 베토벤의 인상만큼 무서웠다. 그 선생님 역시 ‘최애’는 베토벤이었다. 왜냐고 물으니 그냥 제일 좋다고 말씀하셨다.
음악을 좋아하다보니 모차르트나 베토벤은 수없이 들었다. 하지만 항상 부족하다 느낀 점은 그 음악가들이 왜 그런 곡을 쓰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해였고, 너무 많은 곡이 있기에 하나하나 다 들어보지 못해 발생하는 구멍들도 많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모차르트 평전을 샀고, 이 책을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내가 다녀온 연주회들도 결국 베토벤을 연주하는 공연이 많았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리고 전세계의 사람들이 사랑하는 음악가라는 이야기다.
왜 더 일찍부터 그를 알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후회하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며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참 많이 알게 되었다. ‘베토벤의 음악을 좋아한다’ 라고 생각했던 내가 얼마나 많이 모르고 있었는지.
일주일에 한 두권은 꼭 읽는 편인데, 이 책을 읽는 동안 개인적인 사정으로 수많은 감정의 오르내림을 경험했고, 불안함과 분노에 가득하다 체념하는 직장생활을 겪었다. 그래서 한 주 동안 독서 기록 없이 뻥 뚫려버렸는다. 그런데 그 사이사이 읽은 이 책이 그 감정조절에 큰 도움이 되었다. QR코드로 안내되어있는 음악이 위로를 해주었고, 그의 인생이 ‘인간 사회는 그때나 지금이나 원래 다 그런 것이다’라며 이야기 해주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피아노를 가르쳐주셨던 개인레슨 선생님이 가장 좋아했던 음악가가 베토벤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학원을 다닐 땐 진도표를 보며 이 시기엔 이걸 배워야 한다며 관습적으로 진도를 나갔다면, 이 선생님은 지금 너에게 부족한 스킬은 이것이고, 너의 성향에 맞는 곡은 이것이기에 진도표와 상관없이 이걸 배우자며 새로운 책을 추천하셨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으면 안정감을 누리겠지만 그에 따르는 관습과 규정에 얽매이게 된다. 인간과 감정과 사회를 깊게 탐구하고 그 깊은 속에 대해 연구하고 투쟁하며 그것을 곡으로 승화시켰던 베토벤이었기에 배고프고 헐벗더라도 프리랜서를 선택했다. 사람들은 그를 두고 미쳤다고 했지만, 그는 미친대로 음악을 만들어 지금까지 세상을 감동 시키고 있다.
세상을 움직일만한 대작, 명작은 미치지 않고서야 탄생할 수 없다.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된다. 안정감을 누리며 관습과 규정에 얽매여 내 생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현실이 과연 맞는 것인지. 그렇다고 배고프고 헐벗을 각오는 되었는지. 나는 평범한 사람이라 아마도 이 중간에서 답을 찾을 것 같지만.
* 유노라이프에서 제안을 주셔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어렵지 않게 에피소드 위주로 서술되어 베토벤을 가볍게 알아가고 싶으신 분들께 강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