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루코와 루이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윤은혜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70세 여성, 인생 2회차라니. 할머니들 이야기네, 재미없겠다. 세상에 예쁘고 어리고 새로운 아이들이 끊이지 않고 데뷔하는 이 세상에서 굳이 70대 할머니들의 이야기라니. 이 책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만약 국내 작가의 책이었다면 아마도 읽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일본 작가의 책이었기에 도전해보았다. 일본 드라마를 한창 볼 때 소소하고 특별하지 않은 일상적인 스토리들이 굉장히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 또한 취향이라 할 수 있겠지만, 확실한 것은 자극적인 스토리가 가득한 이 세상에서 이런 수더분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들이 오히려 새롭게 느껴지고 그립기도 하다.

인생 2회차, 여기서 한 번 더 끌려버렸다. 작년 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를 관두고 집으로 돌아와 많은 생각을 했다. 인생의 전반전을 잘 짜여진 틀에 따라 살아왔는데 후반전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나는 40대 경단녀 전업주부로 살아가게 될 것인가.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전반전 열심히 뛰었으니 후반전 맞이하기 전 제대로 아주 푹 쉬어보자고.

쉬는 동안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 있다. 50세의, 60세의, 70세의 아니면 그보다 더 뒤의 나는 과연 이 쉬는 기간을 돌아보았을 때 무엇을 후회할 것인가. 그 때가 되어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이 기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결론은 그 쉬는 동안 해보고 싶은거 다 해보고 제대로 놀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매번 다가오는 기회와 위기에 온몸으로 나의 열의를 다해 불태워 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40대에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제대로 잘 쉬고 후반전에 출전중이다.

전반전 후 휴식타임을 갖지 못한 채, 인생 후반전의 끝에 다 닿아서야 이렇게는 살 수 없다며 짜여진 틀을 벗어던져 버린 데루코와 루이의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했다. 지금보다 더 어릴 적, 방황하기 참 잘했다고. 그 방황의 끝을 빨리 내고 싶어 서툰 선택을 하지 않기를 참 잘했다고. 힘들면 힘든대로, 슬프면 슬픈대로 받아들이며, 인생의 풍랑에 힘겹게 맞서 싸우고 이겨내려 했고, 도망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내 운명은 왜 이모냥 이꼴이냐며 탓하고 쉽게 벗어나려고 대체재를 대충 찾지 않아서 참 잘했다고.

쉽게 찾은 대체제는 만족스럽지 못하고, 이리저리 피해나가 적당한 삶은 재미없고 원하던 삶이 아니라는걸 70대 언니의 이야기로 말해주었다. 그래 너 참 잘 살고 있다고.

지금 너무 힘들거나 슬픈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당신이 70대에 지금을 돌아보면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얘기하고 싶은지.

적당히 평범한 삶, 그게 어려운 이유는 적당해서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제대로 몰입해서 멋진 인생 살아보자. 진짜, 더 늦기 전에!

* 필름 출판사의 도서제공을 통해 솔직하게 리뷰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