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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발상법 -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지식을 탄생시키는 여섯 가지 전략
이종필 지음 / 김영사 / 2024년 6월
평점 :
이 책을 꼭 읽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과학자의 발상법“이라는 제목 때문이었다. (이종필 교수님 제목으로 성공하셨습니다아!! ) 문과적 발상 100% 이과적 발상법은 호기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은 나와 같은 문과 100% 사람이 읽기엔 참 어렵다. 다른 책의 서평에서도 밝혔듯 읽기는 훈련이라 읽던 분야는 쉽고, 읽지 않던 분야는 어렵다. 과학 분야는 정치, 경제, 고전 보다도 더 어렵고 힘겨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게 되었다.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은 과학이라는 학문의 역사는 진리를 찾아가는 여행이라는 깨달음에서 나왔다.
“과학은 가장 보수적이기 때문에 가장 혁명적일 수 있고, 그래서 단절이 아닌 연속과 확장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과학이 가장 성공적인 학문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책 중에서)
과학은 사실과 진짜 이치를 밝혀내는 학문이기 때문에 과학자들 모두가 겸손한 자세로 임한다. 새로운 것에도 관대하다. 그리고 이것이 진짜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생각이나 의견이 아닌 수치와 객관화가 더 우선시되는 환경도 한 몫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내 주장만이 옳다고 할 수 없고 겸손해야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중 재미있기로 손에 꼽는 시리즈가 유가와 교수 시리즈인데 생각이나 의견을 중심으로 옳다 그르다의 영역이 아닌 진짜/가짜를 과학으로 판별하기 때문에 다른 추리소설보다 재미를 느낀다. 실험으로 그 진위를 판별하며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이 정말 속 시원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의 논리 전개에는 그런 재미가 있다.
역사, 정치에는 궤변이 많다. 진위를 논하기 보다 이념이나 주장을 따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맞는 것은 정해져 있으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과정에 진위가 희미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과학의 영역은 그렇지 않다. 옳고 그름의 판단이 아니라 자연 현상에서의 맞고 틀림으로 판별되기 때문이다.
이과와 문과의 차이는 이런 발상법에서부터 오는 차이였던 것 같다. 시카고 여행 중 애들러 천문대에서 천동설을 지지하던 시대에 만들어진 모형과 망원경들을 구경했다. 천동설은 긴 세월동안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유지되었고, 굉장히 정교한 과학적 도구를 만드는 바탕이 되었으며, 그 도구들은 지금까지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천동설은 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틀렸다는 기존의 체계와 학문을 고이 보관하고 있다. 과거의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부끄러워 하지 않고, 그로 인해 새로운 학문과 지식으로 나아갔고, 더 성장했음을 박물관에 전시하며 보여주고 있다. 더 나아갈 수 있음에 대한 자신감으로 느껴진다. 새로운 이론에 관대하고 동시에 보수적으로 기존 이론도 중시하는 이과적 발상은 문과적 발상 100%인 내가 꼭 가져야할 자세라고 생각한다.
초, 중반 어렵게 느껴졌던 이야기들이 후반으로 접어들며 익숙한 이야기들이 되어 만난다. 특히 자주 나온 아인슈타인의 이론과 학문적 에피소드를 통해 그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천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인슈타인과 보어의 대립관계도 재미있게 다루고 있다. 과학은 커다란 우주 안에 정답이 있는 분야이다. 그래서 언제든 우주 속의 아주 작은 존재인 인간이 생각한 답은 틀릴 수 있다는 전제가 과학자에게 있어야 한다. 과학자들이 주장한 어떤 이론이든 새로운 이론으로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티브잡스의 발상법도 인용한다. 전혀 다른 것들을 연결해 보기. 스티브 잡스는 과학자나 연구자가 아니었다. 그는 방황하던 젊은 시절 인간 본성에 관심을 두고 요가와 명상을 즐겼으며, 대학은 비록 중퇴하였지만 철학과에 다녔다. 그랬던 그가 여러 과학의 산물들을 연결해 아이폰을 만들고 애플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어냈다.
당장 배가 고파 굶어 죽는 시기를 넘긴 나라에서 가장 많이 투자해야 할 곳은 연구와 개발 즉, 기초 과학과 인문학에 대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세계 최고 강국이라는 미국에서 느낀 것이 바로 기초과학과 인문학에 대한 투자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투자를 통해 더 많은 과학자와 인문학자들이 탄생해 더 강한 나라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 이 책은 김영사에서 서평단 모집 시 제목에 마음이 끌려 신청하였고, 감사하게도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정말 즐거운 독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