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의 유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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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 귀신”
일본 기차 여행을 참 좋아했다. 열 번 정도 여행을 하며 신칸센도 타보았고, 관광열차도 타보았고, 완행열차도 타봤다. 일본 기차 여행의 그 갬성은 어느 여행지에서도 느낄 수 없는 아날로그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느낌이 가득하다.
귀신 이야기하면 빠지지 않는 것이 또 일본이다. 우리나라 귀신들은 주로 사회의 최약체로 살아온 여성들의 한으로 나타나는데, 수많은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일본 귀신 이야기의 원천은 무엇일까. 그것이 궁금했다.

기찻길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그리고 그 사건을 풀어나가는 기자의 이야기.

이건 읽고 싶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호러와 추리가 적절히 어우러져 중간에 한 번 끊기가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재미있었던 부분은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는 나와있었다. 범인이 누군지를 찾는 게 아니고, 그 사건의 원천을 찾는 것이었다.
사실 뉴스에 나오는 살인이나 자살 사건들은 보도가 되자마자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그 사건의 원인이다. 원인이 밝혀지면 다들 자신의 인생과 경험에 빗대어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그 소설이 씌여지는 곳이 커뮤니티 공간이고 댓글을 달며 소통을 주고받는 공간이라는 것뿐 모두가 그 사실에 그럴듯한 추측을 더해 서사를 완성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무서웠다. 사람들이 무서움을 느끼는 순간은 무서운 존재 자체 보다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일들이 일어질 때이다. 그래서 모두가 잠든 밤 책을 읽어나가다 등골이 오싹해지며 아무래도 밤에 읽기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겨우 이야기를 끊고 밝은 낮에 읽어 끝냈다.
* 하지만, 무서웠던 것은 초반부뿐이었다.

“영상이 그려지는, 또 앞으로 영상을 보고 싶게 하는 이야기”

잘 쓴 소설들은 대개 잘 읽히거나 혹은 머릿속에서 영상이 잘 그려진다. 이 책은 둘 다 갖췄다. 그래서 언젠가 영화화 혹은 드라마화하기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1994년이라는 시대 덕분에 더 잘 그려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핸드폰도, 인터넷도 활발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시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발로 뛰고, 직접 만나고, 전화하고, 찾아가고… 지금 손가락 몇 번 굴려 찾을 수 있는 정보도 그 당시는 획득하기까지 며칠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나와 같이 1994년의 기억이 있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쉬운 상황이지만 태어나서부터 핸드폰이나 인터넷을 접하며 큰 어린 세대들에게는 그 시대를 겪어보지 못했기에 몰입이 살짝 부족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팬이 되었습니다.”
이로써 또 하나의 최애 작가를 발견하게 된 느낌이다.
가볍지 않되 또 너무 무겁지 않아 집중할 수 있고
모든 것을 밀도 있게 표현하기보다는 적당히 독자에게 상상하도록 맡겼다.
그렇기에 주인공이 되어보기도 했고, 다른 인물이 되어보기도 하였다. 등장인물 모두에게 그만큼의 여지를 주어 깊게 몰입할 수 있는 즐거움을 주었기에 꽤 즐거운 독서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미 작가의 다른 책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는 나.

“그래서, 귀신/유령은 존재하는 것인가?”

한 맺힌 우리나라 소복 귀신들 이야기 중 가장 기억나는 것은 장화홍련전이다. 이런 이야기는 돌고 돌아 현재에도 새로운 콘텐츠로 탄생하고 있다.
* 작가가 장화홍련전을 알까? 궁금하다.
식상할 만도 한데 계속해서 창작되는 소재라는 것은 그만큼 매력적이고, 아직 완결하지 못한 미스터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귀신/유령은 존재하는 것인가"의 문제이다.
나는 과학도 믿고 귀신도 믿는다. 아직까지 인간이 과학으로 풀지 못한 것이 이 미스터리이다. 우리 눈에 보였던 귀신/유령의 존재가 사실은 OO였다고 언젠가는 풀리겠지?
그때까지는 귀신/유령은 과학적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졌고, 보이고 있고, 또 보일 것이기에 이 역시 아직까지 큰 우주 속에 한낱 미물인 인간이 풀지 못한 미스터리이며 그렇기에 풀릴 때까지 계속해서 새로운 콘텐츠로 탄생할 것이라 생각한다.

정말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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