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 - 제22회 스바루 소설 신인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1
아사이 료 지음, 이수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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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좀 자극적이네.”


내가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를 읽고 있는 것을 보던 친구가 제목을 힐끗 보더니 한 말이었다별 생각 없었는데 아무래도 그렇게 읽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 둔다라는 말의 부정성 때문일까확실히 일본에서는 왕따소위 이지메라 불리는 것이 굉장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으니까 말이다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왕따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지기도 했었고.


하지만 이 책이 품고 있는 이야기는 글쎄단순히 왕따 문제라고는 보기 어렵다그리고 이 책이 재미있었던 동시에 좋았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단 한 명의 내면에 집중하여 주변을 둘러보지 않지 않았다는 것같은 사건이같은 상황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간다는 것겉으로는 에 속하고 아래에 속하는 걸로 쉬이 나누어지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은 결코 그것으로 다가 아니라는 것영화부 료야가 위쪽의 학생들을 동경하듯야구부 히로키는 아래쪽료야의 열정을 부러워하는 것처럼늘 기리시마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후스케 또한 어떤 이들에게는 그저 잘 나가는 학생으로 보이는 것처럼그런 작지만 섬세하고 소소한 순간을 담았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제목에 기리시마라는 이름이 떡 하니 붙어있는 만큼이 책의 주인공은 기리시마가 아닐까 지레짐작했던 나였다하지만 기리시마는 다른 아이들의 입에서만 오르락 내릴 뿐 단 한 번도 모습을 비추지 않는다하지만 그 이름의 파장은 아주 크다적어도 여섯 명의 일상을 뒤집을 수 있을 만큼 크다그것은 이 아이들이 학교 안에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사실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의 눈에는 그들이 고민하는 것들물론 안타깝게도 나 또한 미래가 참 어두컴컴하기 그지없다만특히 위쪽과 아래쪽이라는동경과 위안과 부러움과 자만 등등이 뒤섞인 용어에 관한 고민에 대해서 아무래도 시큰둥하다그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그렇지만 학교라는 세상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그 아이들에게는 학교 안의 풍경이 그들의 세상이자 전부다그 좁은 세상에서는 인간관계조차 아주 작아 서로를 잇는 실은 아무렇게나 얽히고설키어 있을 것이다설령 그들이 대화 한 번 안 해본 사이라고 해도.


소설 속 아이들의 세계는 순정만화도청춘연애드라마도 아니다그들은 그들 자신의 세계에서는 주인공일지도 모르지만 만화나 영화 속 인물들 마냥 세상이 그들을 중심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류타를 짝사랑하는 아야의 마음이 보답 받을 수 있을까히로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밝고 확실한 미래를 찾게 될까아무도 모르는 일이다나약하고때로는 비겁하며때로는 약아 보이는 그들이 그럼에도 풋풋하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이유는 그 미완성된 모습 때문일 것이다늘 갈등하고 고민하고 화내고 우는 모습과 동시에 작은 일에도 기뻐하고 웃고 행복해하는 모습이 가진 생동과 활기가 그들을 소중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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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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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확 띄는 핫핑크의 띠지에 적혀있는 오에 겐자부로 상 수장작 <쓰리>의 자매편은 참 노려졌다고 볼 수밖에 없는 멘트인 동시에 그만큼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했다작가의 말에서도 대놓고 <쓰리>의 자매편으로 생각하고 썼다는 말이 있으니까 그만큼 연결고리가 많이 있겠지 싶어서책을 읽기 전부터 본편이 궁금해졌다.

 

소설 자체는 일본소설 특유의 몽환적인 느낌이라든지 그한 마디로 정의 내리기 힘든 탐미적인 분위기가 도드라지는 글이었다소재나 캐릭터들도 음아주 일본 특유의 느낌이 많이 난다고 하나사실 난 개인적으로 그런 글을 딱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오히려 일말의 조소도 품을 수 없는 그런 류의 소설을 싫어하는 편이고 그렇기에 일본 소설은 특정 작가를 제외하고는 잘 읽지 않는 편이다. -예전에 멋도 모르고 온다 리쿠의 소설을 사서 읽으려고 시도했다가 다섯 번 도전 후 결국 패배했던 기억이 난다그랬기에 다소 이해하기 힘든그리고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표현들이 나에겐 다소 생소하고도 거북스럽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사건들을 꽤 흥미로웠는데특히 유리카의 일생이 기자키라는 남자에 의해 처음부터 계획되고 앞으로도 계획될 것이라는 설정은 마치 영화 <트루먼 쇼>를 떠올리게 했다.주체적으로그저 마음 가고 몸 가는대로 살았다고 생각해온 스스로의 일생이 사실은 누군가에 의해 전부 만들어진 것이란 것을 깨달았을 때의 공포는 어찌 표현할 수도 없지 않을까또한 죽음 뒤에도 온전히 나 자신으로 남을 수 없다니 참으로 비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제목인 왕국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나는 두가지정도로 해석했는데 첫 번째는 기자키가 세운 그만의 왕국또 다른 하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기만의 왕국이다전자의 뜻은 말 그대로 기자키가 왕좌에 앉은 거대한 왕국이며 그는 아주 높은 자리에서 다른 이들을 내려다보며 인형을 가지고 노는 것 마냥 그들을 조종하고 움직이는 것이다그리고 그 왕국의 안에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살아가는유리카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한편 두 번째 해석에 대해 말하자면모든 개개인은 자기만의 왕국을 가지고 있고 마치 전쟁을 하듯 서로서로의 왕국들이 충돌을 한다는 것이다다른 사람들 조종하기 위해 인질을 잡고 협박을 하는 일련의 행위는 확실히 전쟁의 그것과도 닮아 있다다만 처음에 유리카에게 그것이 통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녀에게는 더 이상 잃을 것도 아쉬운 것도 없었기 때문인데생에 어떠한 미련도 없어 보였던 그녀도 결국에는 살아있는’ 존재로서 죽음보다는 생의 가치를 쫓는 모습을 보인다그랬기에 유리카는 끝까지 제 왕국을 지켜내기 위해 싸웠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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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낮 사이 1 밤과 낮 사이 1
마이클 코넬리 외 지음, 이지연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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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배경에 알록달록 하지만 어딘가 섬뜩한 느낌이 드는 컬러의 일러스트표지와 제목그리고 그 속에 수록된 단편들의 이미지가 서로 너무나도 잘 어울렸던 책이다. <밤과 낮 사이>라는 제목은 -표지 디자인을 봤을 때-아무래도 영어로는 <Between the Dark>정도가 되었던 것 같다어둠이라고 직역하지 않고 밤과 낮 사이 그 어드매 정도로 의역된 점이 좋았다.

 

사실 한국의 단편소설집이야 많이 읽어봤지만 영미문학은 장편으로나 몇 번 접해봤지 단편집은 생소했다기껏해야 내가 읽은 단편집이라곤 중학교 때 사 읽었던 <엠 아이 블루>정도꽤 재밌게 읽었었기에 단편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구나하고 느끼긴 했는데도 또 다른 책을 선뜻 읽어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그래서인지 이 두툼한 두 권의 책이 처음에는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졌는데또 읽다보니 속도가 붙더라.

 

1권의 첫 번째 단편인 <그들 욕망의 도구>는 왜 이 소설이 권의 문두에 자리 잡고 있을까 하는 의문을 말끔히 해소시켜주는 글이었다마지막 반전이 다소 충격적이기도 돋보이기도 했는데그런 하는 느낌이 가진 매력이 좋았다기억에 남는 또 다른 작품이 있다면 <뱁스>. 이유는 기깔나고 노골적인 번역이 돋보였기 때문이랄까.

 

그나저나 ‘이 시대 가장 뛰어난 장르소설가들이 모였다.’ 라는 문구가 먹힌다는 것은 좀 부럽다그들을 역시 동등한 문학인으로 바라봐주고 있는 것 같아서이다사실 우리네 문학계는 장르소설의 불모지라고 불릴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 전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애초에 장르소설 자체를 진정한 문학으로 쳐주질 않는다는 점에 있어장르소설이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편이다이를테면 순수문학이라고 부르는 것들인간의 성찰이나 자아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는 글들이 진정한 문학이며그 외의 흥미 위주(?)의 책들은 배척하는 것이다


하지만 난 사실 장르문학과 순수문학을 어떤 뚜렷한 경계를 기준으로 나눠야하는지도 잘 모르겠다또한 굳이 나누어서 차별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수많은 밤과 낮그리고 그 어둠 사이엔 보이지 않아도 진실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성 넘치고 독특한 세계관을 그리고 있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장르소설들이 빛을 발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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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순간 (양장)
파울로 코엘료 지음, 김미나 옮김, 황중환 그림 / 자음과모음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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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야 한국인에게는 <연금술사>로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작가이니만큼 어디 나가서 그 사람이 누구야?”하고 묻는다면 경멸의 시선을 받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나 또한 어렸을 때부터 그의 소설들을 통해서-비록 막 재미있게 읽은 건 아니었으나그 이름을 처음 인식하게 되었는데이번 파울로 코엘료의 책은 이전의 책들과는 다르게 소설이 아니라 뭐랄까 명언집 같은 느낌의 것이다그도 그럴 것이 작가가 트위터라는 SNS를 통해서 올린 자신만의 단상이나 짧은 글귀를 모아다 엮은 책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이런 종류의 짧은 글들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비슷한 의미에서 중국의 유명한 문장들이나 인터넷에 많이 떠돌아다니는 명언들도 마찬가지다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내게 있어 별로 흥미를 끌기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기억력이 나빠 한번 읽어도 제대로 기억을 잘 못하기도 해서이다메모하는 습관이라도 있었으면 마음에 드는 글귀를 적어놓기라고 할 텐데 그것도 아니니 원.

 

그렇지만 우연찮게 이 책을 집어 들고 작가의 문장들을 별 생각 없이 스륵스륵 넘기면서가끔씩은 탁하고 내 머리를 치는 그런 말들이 많아서 놀라기도 했고 좋기도 했다기대 이상이었다고나 할까게다가 오히려 글귀보다 좋았던 점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달라지는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였는데일러스트레이터가 직접 글을 읽고 그것에 대해 생각한 것을 그림으로 풀어냈다는 것이그 짧은 문장을 이런 장면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제일 좋았던 글을 하나만 꼽자면,

 


어느 모로 보나 시간 낭비인 짓을 하고 있는데도 당신은 웃고 있군요

그렇다면 그건 더 이상 시간낭비가 아닙니다.’


 

라는 글귀였다평소 내 삶의 모토와 굉장히 비슷해서였을까마치 다른 사람들은 동의해주지 않는 내 생각을 지지해주는 한 사람들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요새 수많은 사람들이 실용성을 강조한다너무나 쉽게 네 미래에 좀 도움이 되는 일을 해라라고 말하며 상대의 행위를 비난하기 일쑤이다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위한 실용성인지 한 번 의심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을 명백히 구분하려는 발버둥질은 사실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누군가에겐 아주 작고 형편없는 행위일지라도 당사자에겐 그 무엇보다도 의미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설령 써 먹는 용도의 의미가 없더라도 그것을 하는 그 자체가 본인에게 행복과 웃음을 가져다준다면또 그것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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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마실 - 커피향을 따라 세상 모든 카페골목을 거닐다
심재범 지음 / 이지북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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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4년 째 대학을 다니고 있는 나는 1학년 말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똑같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바로 카페일이다원래 주말에만 일을 했었는데 이번 학기 들어서는 평일에도 학교를 마친 후 마감일을 하고 있다학교 내에 있는 카페다 보니 출퇴근이 쉽기도 하고사장님은 물론이거니와 멤버들이(설령 수십 번이나 교체가 되었더라도늘 착하고 성격이 좋아 별 문제 없이 잘 다니고 있는 것이다사실 처음에는 커피에 대해 전혀 몰랐다내가 고등학교를 막 졸업했을 때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카페가 보편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먹어본 커피라곤 믹스커피가 다였다새내기 때 처음 선배들이 카페를 데리고 가줬을 때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와 카페모카의 차이가 뭔지 몰랐던 나였다.


시간이 제법 흐른 지금커피가 없으면 못 살만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씩 커피 맛을 알 것 같기도 하다어떤 날은 에스프레소가 좀 쓰고어떤 날은 크레마가 잘 나오고그리고 그것들은 원두 로스팅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는 거뭐 그런 것들그리고 라떼 한잔에 칠팔천 원씩이나 한다고 투덜거렸던 합정의 한 카페에서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마자 말하기도 했었다. “그래뭐든 비싼 건 다 이유가 있는 거야.” 그래봤자 전문가도 커피 마니아도 아니라 그냥 막 마시긴 하지만.


처음 책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카페 마실>이란 제목이었다여행이나 기행투어 이런 단어들이 아닌 마실이라는 말이 주는 정겹고도 여유로운 느낌이 좋았다맛집을 찾아서 가야지하고 결심해서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이곳저곳 하릴없이 돌아다니다가 간단히 밥 한 끼 하고 입이 심심해서 아무 카페나 들어갔는데 커피 맛에 감동해서 나오는뭐 그런 느낌이랄까글쓴이야 여러 군데 조사도 하고 입소문도 들어가며 발견한 곳들이겠지만 책의 제목이 주는 느낌은 하여튼 그랬다.


책은 총 네 파트로 이루어져 있었고순서는 유럽-오스트레일리아-미국-일본 순이었는데 한국이 없어서 조금 아쉬운 감은 있었다시중에 이미 한국의 카페를 소개해 놓은 책이 많아서였는지아니면 딱히 소개할 곳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아마 있었다면 시간을 내서라도 한 번쯤 가보지 않았을까저자는 직접 커피를 주문해서 마시고 나름대로의 품평을 하고 사진을 찍으며 이 책의 내용을 꾸려나갔을 것 같다근래 이런 음식 소개 류의 책들은 마치 일기처럼혹은 친한 친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느낌과 감성을 따라가는데 충실한 편이라면이 책은 좀 더 전문적이고 까다롭다그렇기 때문에 용어나 표현 면에 있어서 좀 어렵고 생소한 느낌도 없잖아 있어 그냥 심심풀이용으로 읽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느꼈다그저 빠르게만 읽어내 봤자 지식도 감성도 얻을 수 없는 그런 글이랄까.


몇 달 뒤에 교환학생으로 유럽에 1년 동안 갈 예정인데 특히 유럽파트의 카페 이름을 잘 기억해두었다가 한번쯤 그 나라에 들렸을 때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별로 안 좋아하니 마니 해도 막 오븐에서 꺼낸 베이글과 함께 따뜻한 라떼를 마시고 있으면 곧잘 행복해하는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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