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자가 되어 본 바닷가

바다처럼 유유히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274
막스 뒤코스 지음, 이세진 옮김 / 국민서관 / 2023년 9월

여름이면 생각나는 바다. 여름이 아니여도 탁트인 시원한 곳 하면 생각나는 곳인 것 같아요.

지난 여름 뜨거운 시간을 보냈던 바닷가를 생각하면 절로 공감이 가는 잔잔하면서도 아름다운 막스뒤코스 작가님의 새로운 그림책을 만났어요.

독서 전

커다란 판형과 타공이 된 표지에 눈이 절로 가요.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잔잔한 파도와 푸른 하늘이 여유롭고 평안한 시간을 선물해주는 것 같아요.

책읽기

빽빽한 소나무 사이로 살짝 보이는 바닷가를 보기위해 표지를 넘기면 탁 트여있는 잔잔한 바닷가.

작가가 말을 걸어주는 듯한 글이 펼쳐진다.

바다처럼 유유히를 보는 독자 말고는 아무도 없는 해변이라고 운이 좋다고 말해주니 기분이 좋다.

바람을 보고, 그림자에 귀를 기울이며 즐기라고 한다.

바닷물이 빠지면서 해변이 넓어지고 있다. 그리고 발자국을 남기며 걷는 여성이 보인다.

물이 밀려가면서 점점 넓어지는 모래밭에서 조개를 캐는 듯한 두 사람이 보이고, 멀리 모래톱엔 말을 타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림이 작지만 자세하게 보게 된다.

아무것도 없던 백지 같은 모래에 첫번째 여성의 발자국과 두 남성의 발자국이 남아있다.

하늘엔 구름이 생겼고, 아주 많은 놀거리를 제공해주며 물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하루가 유유히 흘러가며 밀려갔던 바닷물이 다시 들어오기 시작한다.

해변의 저녁은 어떤 모습일까?

독서 후

조용하고 아무도 없는 해변에 도착하니 작가가 말을 걸어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마치 밤에 눈이 내려 새하얗게 뒤덮힌 길 위에 서있는듯한 느낌이다. 내 발자국을 하나하나 만들면서 정막이 깨어지듯 해변에 사람들이 모이고, 물이 밀려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장면을 보면서 멀리서 관찰자가 되어 하루를 지켜보는 듯하다. 분명 사람들이 많아지니 시끌시끌한 하루였겠지만 멀리서 사람들을 지켜보며 책장을 넘기고 있는 나는 참 평화롭고 조용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의 시간, 쨍쨍했다가 비가 오기도 하고, 다시 맑아지는 날씨의 변화, 오고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보면 우리의 삶이 다 담겨 있는 듯하다. 그 시기엔 힘들기도 하고, 즐거웠던 긴 시기이지만 인생 전체를 두고 보면 아주 짧은 시간인 것 처럼 하루를 따라가다보면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정밀한 그림으로 유명한 막스 뒤코스 작가님의 구아슈화가 참 멋져요. 고무를 수채화 그림물가마에 섞어 불투명한 효과를 내는 회화 기법이라고 하는데 파도의 일렁이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예요. 투명해보이기도 하지만 불투명하기도 한 바다가 매력적이예요. 원근감이 제대로 보이는 그림으로 아이들과 편안한 바다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이 책으로 함께 봤다가 엄마도 푹 빠져든 그림책이네요. 아이는 모래성을 쌓는 아이들을, 엄마는 해변에 보이는 어른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냈어요. 이 그림의 배경이 되는 해변이 실제 있다고 하니 꼭 가보고 싶어지네요. 아름다운 바닷가로 함께 떠나보아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