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반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78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친구의 추천? 지원?으로 아몬드를 읽었다. 단 이틀, 시간으로 따지자면 약 5~6시간정도를 들여 책을 읽었다. 친구의 말대로 술술 읽히는 책이었고, 가슴이 아픈 내용이었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사실 누구나 이런류의 소재로 상상을 하기 마련이다. 뱃속에 아이가 생기면 그 아이가 정상일지부터 태어나는 순간까지 여러상상을 하게되고 경우의 수를 생각하여 나라면 어떨지 가정해보는건 엄마가 아빠가 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런점에서 아몬드의 설정은 사실 그리 특이하지는 않다. 오히려 괜히 자극적이며 연민을 불러일으킬 상황을 만들어 인기를 끌 생각인가 싶은 오해만 드는 것이다. 누구든 장애를 지녔는데, 부모까지 잃고 사정이 좋지 않은 아이에 대하여 연민의 감정을 느끼며 관심을 가지게 될 테니까 말이다. 나도 사실 친구의 추천으로 읽었으니 내용을 전혀모르고 읽기 시작해버렸고, 초반을 넘어가며 '에라이 속아넘어가는 셈 치고 읽자'라는 마음이었다. 아이를 낳고는 아이에 대한 자극적인 뉴스나 소재의 글은 마음만 너무 아픈경우가 많아서 회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저그런 소설이라고 말하기에는 다 읽은 후 계속 떠오른다. 주인공인 윤재가... 곤이가... (사실 도라는 별로 떨오르지 않는다) 읽는 내내 솔직히 고백하면 윤재가 부러웠다. 물론 할머니와 엄마가 사고를 당한 것이 부러운 것은 아니고, 감정을 다른사람보다 많이 느낄 수 없는 점이 그랬다. 난 아이를 키우며 느껴지는 나의 다양한 감정들을 한꺼번에 감당하기 어려웠다. 불안, 두려움, 희열, 지침, 실망, 기쁨, 자책, 화, 슬픔 등등. 이런 감정들을 조절하고 처리해 내는 것에 거의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는 좀 부러운 존재였다. 남들이 놀려도 정작 본인은 수치심을 느끼지 못해 타격이없어 보였다. 사춘기를 통과하며 혼란스러운 친구관계 미래불안을 느끼지 않아도 좋았다. 담담하게(?) 사실만을 바라보며 힘들이지 않고 시간을 보내며 준비할것은 준비하고있었다. (지능이 낮지 않았으므로...) 스트레스가 없었다. 심지어 누군가의 죽음에서도 방황이 없었다. 왕따이든 폭력이든 그 무엇도 윤재를 공격할 수 없었다. 스스로도 그것을 알고 있고, 그래서 더 다른사람이라면 피했을 힘든 상황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심박사가 말했듯 그것은 용기가 아니다. 용기가 필요없이 용기있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윤재가 부럽다고하면 난 너무 어린걸까. 


- 곤이가 널 때릴 때 두렵진 않았겠구나. 하지만 그게 용감하다는 뜻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겠지? 분명히 말해 두지만 다시 그런일이 생기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다. 그건 내 책임이기도 하니까. 결론적으로, 넌 일단 피했어야 했다. p115


이런 윤재가 도라와 곤이를 통해 감정을 조금씩 배워, 느껴가고 키가 크듯 머리도 자라 변화를 경험한다. 성숙과는 좀 다르지만 아무튼 변화된다. 난 조금 안타깝다 앞으로 윤재가 맞이할 감정에 대해 그는 몰랐던 세상을 마주하게 될 테고 그것이 쉽고 편한 세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부끄럽지만 난 이제야 내 감정을 마주하고 풀어내고 조절할 줄 알게되었다. 비로소 조금 편안해 졌다. 윤재는 이제 부터 시작이다. 


- 몰랐던 감정들을 이해하게 되는 게 꼭 좋기만 한 일은 아니란다. 감정이란 참 얄궂은 거거든. 세상이 네가 알던 것과 완전히 달라 보일 거다. 너를 둘러싼 아주 작은 것들까지도 모두 날카로운 무기로 느껴질 수도 있고, 별거 아닌 표정이나 말이 가시처럼 아프게 다가오기도 하지. 길가의 돌멩이를 보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대신 상처받을 일도 없잖니. 사람들이 자신을 차고 있다는 것도 모르니까. 하지만 자신이 하루에도 수십 번 차이고 밟히고 굴러다니고 깨진다는 걸 '알게 되면', 돌멩이의 '기분'은 어떨까. 이 예조차 아직은 네게 와닿지 않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러니까, 내가 말하려는 건....... p144


곤이.

윤재와 반대되는 캐릭터. 

사춘기의 감정에 한가운데 들어와 있으면서 상황도 좋지 않아 모든 감정이 안좋은 쪽으로만 향하는 아이. 하지만 결국에는 바르게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아이. 이 소설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을 꼽으라면 이 캐릭터이다. 행동과 말 모든것으로 반항하고 있지만 아주 깊은 마음속에는 누군가 자신을 사랑해줬으면, 바로잡아 줬으면 하는 (본인도 본인이 뭘 원하는지도 모르는..) 그런 아이. 그런 아이에게 감정섞이지 않은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윤재'가 밑도 끝도없는 우정으로 손을 건넨다. 그것이 참 좋았다. 아무런 계산이 없는 행동. 곤이 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아니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원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아무런 계산이 없는 유일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은 바로 어린 아이들의 부모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다. (부모가 자식을 위하는 사랑이 아니라!) 어린시절 아이들은 부모가 어떤 사람든 받아들인다. 그 어떤 바람도 잔소리도 하지 않는다. 밀어내도 사랑한다. 그래서 난 부모자식간에 조건없는 사랑을 받는쪽은 오히려 부모라고 생각한다. 


친구와 서로 이 책을 다 읽고 후담을 나누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책이 좀 짧았다고. 소재와 줄거리의 아쉬운 점이 많았고, 주인공 엄마나 할머니의 이야기를.. 도라의 이야기를... 그리고 윤재, 심박사, 곤이와 곤이 아빠 엄마의 이야기를 좀 더 길고 자세히 적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았다. 뜬금없고, 맥락없는 부분이 없잖아 있었기에 좀 아쉬웠다. 


그래도 아몬드 소설 덕분에 오랜만에 청소년 문학에 대하여 달달한 감정과 아픈감정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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